“가장 많이 뛴 시간이 한 경기 25분이다. 얼마나 버틸 지 봐야지”.
불과 얼마 전까지 혹독하게 제자들을 채찍질하던 지도자였다.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의자에 걸터앉아 경기를 그저 주시하며 당장의 쓴소리보다 더욱 무서운 포스를 내뿜던 감독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결과 성패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교체 타이밍을 탓했다. 전창진 부산 KT 감독의 변화상과 6일 신인 최대어 중 한 명인 장재석(22, 중앙대 졸업예정)의 플레이는 분명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다.
KT는 지난 6일 안방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막판 추격전을 벌였으나 중반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71-8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4연승에 실패한 KT는 시즌 전적 4승 7패(6일 현재)를 기록하며 동부와 공동 7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3시즌 동안 KT를 생각하면 현재 성적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동부에서 KT로 옮겨 온 전창진호가 돛을 올린 후 KT는 2009~2010시즌 2위, 2010~2011시즌 1위, 2011~2012시즌 3위로 매년 정규시즌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팀이다. 그 팀이 비록 시즌 초반이라도 하위권에 위치해있다. 그 가운데 전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독설보다 오히려 격려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는 중. 지난 시즌 찰스 로드의 예만 들어도 외국인 선수에게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전 감독이다.
그러나 전 감독은 올 시즌 어느 순간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6일 동부전만 하더라도 전 감독이 선수를 매섭게 쏘아본 것은 4쿼터 브라이언 데이비스를 밀치며 거친 반칙을 행한 상대 포워드 이승준이었다. 한때 주장 조동현에게도 매섭게 쏘아붙이던 전 감독이 아니다. 과감한 공격이 실패해도 오히려 박수와 ‘최고다’라는 모션으로 선수들을 북돋워 준 전 감독이다.
경기를 마친 후 전 감독은 “내 힘으로 안 되네”라며 헛웃음을 지은 뒤 “선수들이 연전 속 연승에서 지쳤을 텐데 그래도 열심히 뛰며 끝까지 뛰어줬다. 리바운드에서 이긴 것(KT-39개, 동부-22개)이 고무적이었다. 사실 완패였다. 잔기술이 부족했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질책보다 칭찬을 먼저하는 전 감독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이번 11월 들어서는 감독께서 긍정적인 면을 먼저 찾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드래프트를 통해 수혈한 전체 1순위 신인 장재석에 대한 이야기에서 전 감독의 가장 큰 변화상을 알 수 있었다. 중앙대 재학 시절 장차 한국 농구를 이끌 빅맨으로 평가받았던 장재석은 이날 1쿼터에서만 3개의 반칙을 저지르며 파울트러블에 걸리며 위축됐다. 경기 최종 성적은 8득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4반칙이었다. FA 포워드 박상오를 사인 앤 트레이드로 SK에 보낸 뒤 그 반대급부로 받은 신인 픽으로 데려온 선수가 바로 장재석이다.
경기 전 김주성과 매치업시키는 데 대해 “앞으로 자주 맞붙어야 할 상대다. 얼마나 버틸 지 지켜보는 자체가 재미있을 것”이라며 장재석의 가능성을 지켜봤던 전 감독. 초반 장재석을 조기 교체해야 했던 장면에 대해 전 감독은 “오히려 일찍 빼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가 재석이의 파울 트러블로 제스퍼 존슨을 일찍 투입하면서 수비 밸런스가 깨졌던 것 같다. 내 잘못”이라며 자신의 전략을 돌아봤다. 강성의 이미지였던 전 감독은 자신을 돌아보며 훗날까지 팀을 이끌 유망주를 더욱 감쌌다.
시즌 전적 4승 7패(7일 현재)로 동부와 함께 공동 7위에 머물러 있는 KT. 그러나 KT는 베테랑 포워드 송영진, 포인트가드 김현중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등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팀이다. 긍정 이미지를 갖추며 탈바꿈한 전 감독과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장재석. 올 시즌 KT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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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