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전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다. 그만큼 새로운 선장에게 곧바로 시리즈를 맡기는 일도 무리수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는 롯데 자이언츠에게 2012 아시아시리즈는 팀이 특화해야 할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짚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롯데는 지난 5일 오후 양승호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8월 하순 넥센과의 감독 계약이 중도해지된 김시진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넥센이 신인왕 서건창-MVP 박병호를 배출하며 창단 후 가장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던 날. 그 축제 분위기에 초를 쳤다는 인상을 주며 빈축을 사기도 했던 롯데의 감독 발표다.
7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선수단 훈련을 갖는 롯데는 이 자리에서 김 신임 감독과 상견례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상대팀 사령탑으로 최근 4시즌을 보냈던 김 감독이 선수들의 면면을 좀 더 자세하게 지켜볼 수 있는 자리지만 여기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이끌지는 않는다. 아시아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있다. 불과 이틀 전 선임된 사령탑에게 비록 친선경기 형식이지만 국제대회 지휘봉을 맡긴다는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감독의 공식 취임은 아시아시리즈 이후로 미뤄진다. 롯데는 권두조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아시아시리즈를 치를 계획이고 따라서 김 감독은 관찰자 시점에서 롯데의 아시아시리즈를 지켜보게 된다. 정민태 신임 투수코치도 아시아시리즈를 통해 롯데의 경기력을 지켜볼 예정이다.
최소 두 경기의 기회가 주어질 롯데. 여기서 롯데는 새 감독과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들의 경기력을 보여주게 된다. 올 시즌 롯데는 주포 이대호(오릭스)의 이적, 좌완 에이스 장원준(경찰청)의 공백 속에서 페넌트레이스 4위,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정대현, 김성배 등의 가세로 계투진은 강해진 대신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감소하며 팀 컬러 변혁의 모습을 보인 롯데다.
따라서 롯데는 신임 감독과 투수코치가 숲 밖에서 그들의 야구를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과 팀 전략을 보여주게 된다. 팀 타율 2위(2할6푼3리), 평균자책점 2위(3.48)로 1차 스탯은 강했으나 타선의 연결 능력과 작전 수행 능력에서 다소 떨어지는 능력을 보여줬던 롯데의 모의고사로 볼 수 있으며 김 감독은 롯데의 아시아시리즈를 통해 팀을 앞으로 어떻게 변모시키고 어떤 점을 유지, 강화시켜야 할 지 구상할 예정이다.
롯데는 팬들의 엄청난 지지와 기대감이 대단한 팀이다. 그만큼 김 신임 감독 입장에서도 넥센 시절보다 더 큰 부담이 작용하게 된다. 아시아시리즈를 주변인으로서 지켜볼 예정인 김 감독은 롯데의 어떤 특성을 발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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