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1순위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루키' 한용수(22, DF)가 데뷔 첫 해 조용한 활약을 이어가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포지션 자체가 웬만해서 눈에 띄지 않는 센터백이다 보니 다른 신인들처럼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FIFA U-17월드컵을 함께 했던 '은사' 박경훈 감독의 높은 신뢰 속에 홍정호가 부상으로 빠진 제주의 수비를 책임지며 팀 전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한용수는 지난 3일 벌어진 경남 FC와 홈경기에서 상대의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내며 2-0 승리를 견인,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위클리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기대주다운 활약이었고, 제주는 한용수가 출전한 최근 4경기에서 단 2실점 밖에 하지 않으며 승점 10점(3승1무)을 쌓았다.

"베스트11과 같은 상은 생각하지 않고 무실점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며 6일 오후 OSEN과 전화 인터뷰에 나선 그는 "처음엔 실감이 잘 안났었는데 지인들한테 축하 전화도 받고 그러니 이제 좀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아들을 멀리 타지에 보내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해 안부를 물을 만큼 각별하신 그의 부모님 역시 아들의 좋은 소식을 듣고 "이대로만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줬다.
프로 첫 시즌 홍정호의 공백을 메우며 제주의 뒷문을 책임진 한용수는 어엿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38라운드 현재 신인 신분으로 위클리 베스트11에 올린 건 한용수를 비롯해 이명주(2회), 손설민(1회), 박선용(1회) 등 총 4명 뿐이다.
박경훈 감독 역시 "홍정호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팀 내 비중으로 따지자면 올 시즌 신인왕 후로로도 손색없다"며 오랜 제자의 선전을 칭찬했다.
한용수는 "올 시즌 시작하면서도 FA컵까지 다 합쳐서 목표치를 20경기 출장으로 잡았는데 일단 그것은 이뤘다. 목표를 크게 잡았는데 그걸 이뤘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목표는 역시 크게 잡아야 하나보다(웃음). 신인왕은 (이)명주가 너무 잘 하고 있어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직 경기가 남아 있으니 마지막까지 무실점으로 최선을 다 하고 싶다"며 신인왕 욕심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신인왕도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 현재 한용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팀 성적이다. 승점 54점으로 6위에 머물고 있는 제주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린 3위 내 진입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 몰렸다. 6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현재 3위 수원(승점 67)에 13점이나 뒤져 있는 제주다. 하지만 ‘무서운 신예’ 한용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위 자리가 사실상 힘들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는 "팀 내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적이란 게 있지 않나. 아직 6경기가 남아 있다.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며 당찬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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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번 한용수. 제주 유나이티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