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라도 꾸준히 오래하면 인기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코너 속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맡기 일쑤지만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보는 재미를 선사한 김대희, 김지민, 김기리 등이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개콘’에서 서열로만 따지자면 김준호, 박성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김대희는 알고 보면 받쳐주는 역할 전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어르신’ 코너에서도 말 그대로 받쳐주는 역할을 하다가 14년 만에 ‘밥 묵자’에 이어 두 번째 유행어를 터뜨렸다.
김원효, 이성동, 정명훈, 류정남 등 후배 개그맨들 사이에서 감초 같은 할아버지 역할로 등장하는 김대희는 주어진 상황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사를 이어가면서 “소고기 먹으면 뭐하겠노?”라는 말로 역설과 반전의 개그를 선사한다.

김지민과 김기리는 커플연기로 함께 뜨더니 각각 다른 코너에서도 날갯짓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불편한 진실’ 코너 속에서 상황극을 재현하는 전문 배우처럼 매회 연인 연기를 펼쳐내면서 인기를 시작했다. 보면 닭살스럽지만 은근히 끌리게 만드는 이들의 연기는 황현희의 ‘왜 이럴까요?’와 겹쳐지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다소 오래돼 진부할 뻔 했던 ‘불편한 진실’ 코너를 살리는 효과까지 낳았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각각 ‘거지의 품격’과 ‘생활의 발견’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김지민은 매번 당황스러움을 선사하는 ‘꽃거지’ 허경환에게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유행어를 이끌어내는 장본인으로 활약하고 있고, 김기리는 ‘생활의 발견’에서 매번 바뀌는 배경 속 점원으로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개콘’에서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이들이 부지기수. 하지만 이들처럼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개콘’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개콘’에서는 스타도 중요하지만 받쳐주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대희, 김지민, 김기리가 받쳐주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코너를 살렸다. 그리고 후배 개그맨들에게 새로운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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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엔터테인먼트 제공, '개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