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왜 도전자의 모습이 아닐까.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류현진(25·한화). 그에 대한 오해가 있다. 바로 '도전자의 모습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아직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는 전무하다. 이상훈·임창용·이승엽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꿈을 접어야 했다. 최초의 도전자이자 선구자라면 낮은 몸값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금 당장 도전자가 될 수 없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포스팅 시스템, 구단간의 비즈니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최대 관건은 포스팅 금액이다. 한화 구단과 류현진의 합의한 '대한민국 에이스로서 합당한 가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포스팅은 없었던 일이 된다. 기준을 먼저 제안한 류현진이었지만, 수락하고 동의한 건 한화 구단이다. 한화 구단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불가능했다. 포스팅 시스템에서 선수는 하나의 매물일 뿐 구단과 구단의 비즈니스 싸움이다.
류현진에 대한 권리는 한화가 갖고 있다. 데뷔 후 7시즌을 소화한 류현진은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지만 9시즌을 채워야 완전한 FA가 된다. 한화는 2년의 서비스 타임을 손해보면서까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합의했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는 "류현진의 도전정신을 높이 샀지만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구단의 최고 자산을 내놓은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게 프로의 법칙이다. 한화는 포스팅 금액으로 류현진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류현진이 제안한 포스팅 기준을 받아들인 것도 한화 구단에서 합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으로 한화는 FA와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과 별개로 어차피 해야 할 일이지만, 포스팅 금액을 많이 받는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구단이 허락한 값어치에 미치지 못하면 지금 메이저리그에 갈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기회의 문을 열어준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고, 그만한 가치가 구단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제한적 FA 신분의 류현진으로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 한화 구단은 그를 절대 헐값에 팔아넘길 수 없다. 이는 류현진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 메이저리그 시스템, 기회 제공 문제
포스팅 금액이 기준을 넘어설 경우 류현진은 최고 입찰액 구단과 30일간 단독 협상하게 된다. 계약금 및 연봉을 놓고 류현진의 구체적인 몸값이 매겨지는 시기. 류현진은 "에이전트(보라스코퍼레이션) 측에서 알아서 잘 협상하지 않을까 싶다"며 전적으로 협상권을 일임했다. 그는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메이저리그"라며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모두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스템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연봉이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투자한 만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6년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거듭된 부진에도 기회를 부여받은 것도 6년간 총액 5200만 달러에 계약한 거물급 선수인 탓이었다.
2005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1시즌을 뛴 구대성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대성은 "미국 스타일은 한국과 좀 달랐다. 메이저리그는 연봉으로 선수 기용을 결정한다. 수백만 달러짜리 고액 연봉선수는 못해도 계속 기용되는 반면 저연봉 선수들은 마이너리그로 밀려난다"고 토로했다. 헐값을 받고 간다면 기회 제공에서 큰 차이가 난다. 최소한의 대우라도 받고 가야 하는 이유다.
물론 헐값은 아니라도 여의치 않은 상황을 이겨낼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지난해 FA가 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간 연봉 150만 달러에 계약했다. 1년 전 포스팅으로 도전할 때보다 몸값이 더 낮아졌다. 계약을 받아들인 그는 6월까지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7월부터 로테이션에 들어가 선발로만 8승을 올렸다. 최근 시애틀과 2년 재계약에 합의했고, 연봉은 650만 달러로 치솟았다. 작은 기회를 살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도전정신은 필요하다. 물론 이 역시도 포스팅이 확정된 이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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