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정통 멜로 드라마 한 편이 등장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가 지난 7일 열다섯, 가슴 설렌 첫 사랑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간 쓰라린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두 남녀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보고싶다’는 상당 부분을 부잣집 아들이지만 외로움이 가득한 소년 한정우(여진구 분, 성인 박유천 분)와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삶을 사는 소녀 이수연(김소현 분, 성인 윤은혜 분)의 운명 같은 첫 만남을 그렸다. 두 소년소녀가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첫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은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정우와 수연의 설렘 가득한 이야기는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이들을 둘러싼 곡절 많은 운명은 안쓰러움을 유발했다. 비록 수연에게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였지만 사실은 살인자가 아니었으며, 정우의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이 돈을 위해 새 어머니 강현주(차화연 분)의 아들 강형준(유승호 분)이 개에 다리가 잔인하게 물리도록 만드는 악랄한 행동을 한 것은 훗날 수연을 둘러싼 정우와 형준의 안타까운 대립을 예고했다.

‘보고싶다’는 첫 방송부터 정우와 수연, 그리고 형준의 아픔을 한가지씩은 표현하며 톡톡 튀는 재기발랄의 로맨스는 예초부터 기대하지 말라고 시청자들을 타일렀다. 감정선이 흘러넘치는 정통 멜로 드라마로서의 교과서적인 시작을 하며, 가볍지 않은 묵직한 감정선을 펼쳐냈다. 덕분에 전개 역시 초반부터 휘몰아쳤고 베일에 감춰진 인물 관계가 호기심을 유발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여진구와 김소현의 탁월한 감정 연기 덕에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다. 여진구와 김소현이라는 성인보다 연기를 잘하는 아역배우들은 어떻게 보면 다소 식상하고 진부할 수 있는, 좀 오래된 드라마 같이 느껴질 수 있는 첫사랑 이야기를 아주 싱그럽게 표현했다.
또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도 눈에 띄었다.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아련하게 만드는 굽이진 골목길과 쏟아지는 빗속 노란 우산을 배치하며 그림 같은 영상미를 뽐냈다.
앞으로 ‘보고싶다’는 소년소녀 정우와 수연이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불의의 사건 속에 휘말리고 이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면서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그리고 성인이 된 정우와 수연이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쉽사리 가까이 가지 못하는 숨바꼭질 같은 진한 정통 멜로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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