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부조리한 어른 세계가 미운 '어린왕자' [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2.11.08 10: 22

40대 후반의 이승환은 아직도 어른의 세계를 싫어한다. 정치적인 판단과 부조리한 삶이 어느덧 일부가 되버린 어른들의 삶에서 가능한 한 멀어지고 싶어하는 그는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
'어린 왕자'라는 별명으로 오랜 기간 활동한 이승환은 음악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것에도 소신있게 자신의 의사를 말해야한다는 '개방형' 사상을 가졌다. 그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지만, "권력 앞에 당당해지는 것 뿐인데 조금은 두렵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89년 데뷔해 화려하고 바쁜 90년대를 보냈던 그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누구보다 바쁜 과도기를 맞이했다. 가수로 23년을 살아온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26년'에 1호 투자자로 나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뜬금없이 영화 '26년'에 투자한 이유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소신있게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그의 뚝심 때문이다. 최근 삼성동 모처에서 만난 이승환은 "옳은지 확신은 안서지만 내가 지지하는 것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계를 싫어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승환이 1호 투자자로 나선 영화 '26년'은 1980년 광주민주항쟁 당시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영화다. 강풀의 동명 웹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대선을 앞두고 요즘 '꼭 봐야 할 영화'로 떠올랐다. 그는 왜 하필 '26년'에 투자했을까.
"'26년'이 4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기도 하고. 전 그게 안타까웠어요. 과거를 올바로 적립해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잖아요. 대선을 앞두고 이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기를 예측하고 투자를 한 것은 아니에요. 우연찮게 강풀씨의 원작을 보고 감명 받아서 투자자로 나서겠다고 직접 연락했어요."
 
그는 영화 '26년'에 투자를 하면서 영화 주제곡도 참여했다. 그는 40여 명의 가수들을 직접 섭외하는 성의도 보였다. 그의 영화 음악은 새로운 도전이자 낯설지만은 않은 분야다. 올해 초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민정이 부른 노래 역시 이승환이 만든 곡이다. 그는 "좋은 영화가 있으면 언제든지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원래 뮤지션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면 10명이면 8명은 승락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영화 음악은 10명이면 8명이 진심으로 고민을 하더락요. 이해가 가죠. 사실 정치적인 것에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데 우리 나라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닫혀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고민하는 그들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그래서 우스꽝스러워요."
이승환은 현 가요계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적 실력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아이돌 위주의 흐름이 빠른 현 가요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과거 1~2년 동안 앨범을 준비하고 앨범을 만들었죠. 그랬던 사람으로서 요즘엔 음악이 소비하는 것 중 하나가 돼버린 것 같아서 아쉬워요. 90년대 부귀 영화를 누렸던 사람으로서(웃음), 후배들이 안타깝죠. 얼마전 싸이도 음원 수익으로 3천만원 남짓 받았잖아요. 말이 안돼죠. 불공정한 배분 상황도 바뀌어야 음악의 질도 더 늘어나게 되는건데 말이에요. 행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부에서 어떤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하지만 요즘 좋은 페스티벌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 희망은 가지고 있어요."
 
이런 소비적인 음악 시장 덕에 그는 새 앨범에 대한 계획이 일절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반겨주지 않으니 하지 않을 뿐"이라며 웃어보였지만, 씁쓸한 미소가 잔상으로 남았다.
"새 앨범 계획은 없어요. 대중이 반겨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신곡 작업은 늘 하고 있죠. 최근에도 계속 곡을 쓰고 있고요. 신곡은 공연을 통해서 팬들에게만 들려줘요. 하지만 또 언제 즉흥적으로 컴백한다고 할지 모르죠. 하하. 사실 요즘 앨범 하나 만들면 투자한 금액의 반도 못버는 경우가 허다해요. 공연이 잘되서 돈 많이 벌면 그 때 취미활동으로 하고 싶어요."
이승환은 자신을 "살아남은 몇 안되는 40대 가수"라고 평가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을 보이지는 않지만 끊임 없이 공연을 하고 재관람하는 정예 팬들도 상당수 보유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가치는 '돈'이 아니었다.
"지금도 인터뷰하는데 사람들이 전혀 못 알아보잖아요. 가수 중에도 그런 후배가 많아요. 그래도 전혀 상관없어요. 그런 곳에 제 정체성을 두기엔 좀 그렇잖아요. 음악인이라는 것에 스스로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어요. 살아남은 몇 안되는 40대 가수로서 자부심도 느끼고요. 욕심은 사실 별로 없어요. 성공의 가치를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공했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거죠."
goodhmh@osen.co.kr
드림팩토리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