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큐이야기]야마모토 재팬의 불안한 미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11.08 12: 17

일본프로야구는 지난 10월 10일 히로시마의 간판타자이자 감독을 지내고 10년 넘게 해설가로 활동해온 야마모토 고지(66) 감독을 제 3대 WBC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야마모토 감독의 선임은 의외였다.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감독이 물망에 올랐지만 모두 고사하는 통에 얼떨결에 지휘봉을 잡았다.
야마모토 감독은 일본야구계에서 폭넓은 인맥과 덕망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능력 뿐만 아니라 운도 따르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우연히 복권을 샀는데 80만 엔 짜리에 덜컥 당첨된 일화도 있다. 난맥상을 보인 감독 선임과정에서 마지막 후보로 떠올랐을 때 “그 사람이면 야구계가 뭉칠 수 있다”면서 다들 인정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덕장(德將)이자 복장(福將)이라고 할 수 있다.
야마모토 감독은 취임사에서 “부담이 있고 우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사무라이 재팬이다. 3연패를 위해 한마음으로 싸우고 싶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아울러 “이런 대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가면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전에서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특징을 꿰뚫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야마모토 재팬의 앞날이 순탄지 않다.  벌써부터 전력구성에서 앞선 1회와 2회 대회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팀의 주축들인 메이저리거들의 참가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회 대회는 왕정치 감독, 2회 대회는 하라 감독이 맡아 야구계 모두가 발벗고 나서 전폭적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일본의 에이스로 불리우는 다르빗슈 류(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 11월 7일 대표팀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다르빗슈는 올해 텍사스에 입단해 16승, 방어율 3.90의 성적을 내면서 안착했다. 그러나 구단은 내년에는 에이스로 올해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섣불리 WBC 출전 하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 브루워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등의 참가여부도 불투명하다. 소속 팀들은 WBC 출전을 반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밀워키 측은 아오키의 출전여부에 대해 “대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팀과 함께 스프링캠프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더욱이 다른 일본선수들도 각 팀에서 간판스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 치열한 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이다. 중요한 경쟁기간에 일본 대표팀을 위해 팀을 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대표팀에 메이저리거 전원 불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야마모토 감독은 선수들을 직접 만나 참가를 당부하고 있지만 성사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일본 대표팀은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해도 전력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선 대회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메이저리거들이 팀을 이끌었다. 큰 대회에서 이치로와 같이 구심점이 없다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라이벌 한국은 항상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괴롭혔다. 이번에는 아마 최강 쿠바가 아시아라운드에 들어왔다. 함께 대만과 도쿄에서 열리는 1~2라운드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다퉈야 한다. 앞선 두 대회에서 체면을 구긴 주최국 미국은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하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마모토 재팬이 대회 3연패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지만 불안해보이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