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타이완 프로야구(CPBL) 챔피언은 라미고 몽키스다. 창단 후 라뉴 베어스로 리그에 참가했으나 2011년 1월 연고지를 가오슝에서 타오위엔으로 옮기고 팀명도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CPBL는 초창기 프로야구와 유사한 방법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치르고, 각 리그 우승팀이 챔피언시리즈를 갖는 방식이다. 후반기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는 전반기 챔피언 통이 라이온스와의 챔피언시리즈에서 전적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고 8일부터 부산에서 벌어질 2012 아시아시리즈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라미고 몽키스의 아시아시리즈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신인 라뉴 베어스는 2006년 CPBL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라뉴 베어스는 한국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3-2로 역전승을 거둬 결승에 진출했다. 라뉴는 다르빗슈 유가 버틴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결승전에서 0-1로 석패를 당해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에 대만야구의 위력을 알렸다.

라미고 몽키스는 9일 2012년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 삼성과 다시 맞붙는다.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삼성을 발판삼아 결승에 다시 진출 한다는 각오다. 다만 라미고 몽키스 홍이중 감독은 "6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선수도 달라졌고 삼성도 더욱 강해졌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아시아시리즈를 겨냥, 대만은 스카우트를 파견해 아시아시리즈를 준비 해왔다. 이미 출전이 확정된 롯데를 겨냥, 준 플레이오프부터 대만 스카우트는 사직구장을 사전 방문해 전력 점검을 마쳤다. 주목할 점은 구단이 스카우트를 보낸 게 아니라 대만 프로야구 리그(CPBL) 차원에서 파견한 것이다. CPBL 왕허에민 사무총장은 "관례적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아시아시리즈를 대하는 그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이 벌어진 사직구장에서 만난 CPBL 전력분석원 린유웬은 "그동안 대만 프로야구가 아시아시리즈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면서 "리그 전반적인 수준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최상위 선수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또한 단기전은 준비가 잘 된 팀이 그만큼 유리하다"고 라미고 몽키스의 활약을 자신했다.
라미고 몽키스는 투수력보다 타력이 뛰어난 팀이다. 중견수 잔즈야오는 올 시즌 타율 3할2푼9리로 정교한 타격을 보여줬고 중심타선에서 린즈성과 구어이앤원은 39홈런과 154타점을 합작해 팀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린즈성은 24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여기에 LA 다저스 출신 베테랑 천진펑은 팀의 정신적 지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마운드는 계투진이 돋보인다. 쉬밍지에-황친즈-린지아웨이는 18세이브를 합작, 집단 마무리체제를 갖췄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린즈성이 경계대상 1호"라고 말한다.
류 감독의 염려대로 라미고 몽키스는 8일 개막전에서 차이나 스타스를 14-1, 7회 콜드게임으로 완파했다. 수비에서 정교한 맛은 조금 떨어졌지만 장타력을 뽐내며 대승을 거뒀다. 이날 라미고 몽키스의 안타는 15개, 이 가운데 장타가 9개(2루타 4, 3루타 2, 홈런 3)였다. 중심타자 린즈성은 2타수 2안타 1홈런 3볼넷 2타점, 왕년의 강타자 천진펑은 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미고 몽키스와의 일전을 앞둔 류 감독은 "역시 잘 치는 팀이다. 타자들의 힘이 느껴진다. 자칫 방심하면 질 수도 있다. 우리가 작년에 소프트뱅크를 잡은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라미고의 중간투수들을 보고 싶었는데 완투를 하는 바람에 못 봐서 아쉽다. 방심하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004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홍 감독은 8일 대승을 거둔 후 기자회견에서 "삼성은 마운드가 강하다. 특히 강속구 투수가 많은데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단판승부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꼭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만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구단이 줄어들며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남아 있는 팀은 선수층이 두터워 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세기보다는 힘을 앞세웠던 대만 프로팀, 라미고 몽키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비와 작전에서 허점을 드러낸 만큼 삼성이 빈틈을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승부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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