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자랑 인턴기자] 애플이 만만찮은 특허 전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을 상대로 전 세계에서 벌였던 특허 소송에서 최근 패소해 굴욕적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애플은 한술 더 떠 최근 구글의 운영체제 젤리빈에도 소송을 걸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을 본 다른 기업들도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에 뛰어들었다. 미국 무선인터넷업체 언와이어드 플래닛은 애플과 구글이 총 20가지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스위스 시계제조사 몬다인도 '애플의 iOS6 시계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이 스위스 철도역 시계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 7일에는 애플의 화상 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이 4000억 원 규모의 특허 패소 평결을 받기도 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애플의 특허전쟁에 대중들은 정신이 없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심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애플이 벌이는 광범위한 특허 소송에 미국 현지에서도 여론이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특허전쟁은 애플이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IT기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애플의 삼성 상대 소송은 상대를 시장에서 제거하기 위한 전략으로 아주 파괴적이다"고 밝혔다.
'LA타임스'는 "애플이 혁신을 통한 경쟁에 한계를 느끼자 방어 차원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게 IT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혁신이 빠진 특허전쟁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애플의 특허전쟁은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유물이다. 그는 특허소송을 핵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예민하게 대처했으며 애플의 특허를 2000년 초반부터 준비했다. 삼성과의 소송 협상이 수차례 결렬된 것도 스티브 잡스의 비타협 원칙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특허전쟁에는 '혁신'이 있었다.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내며 진행돼 왔던 것. 그러나 요즘의 애플은 새 제품에 대한 소식보다 특허소송에 대한 이슈가 더 화제가 되고 있다.
특허전쟁은 다른 악재와 맞물려 애플의 주요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5일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애플의 3분기 점유율을 보면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50.4%로, 작년 동기 60%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 지난 7일 애플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558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동안 애플에 무한 지지를 보냈던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하락했다는 발표도 잇따른다. 유명한 애플 지지자였던 에드 콘웨이 영국 저널리스트는 최근 애플을 상대로 '결별의 메시지'를 띄워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순수했고 이것이 신뢰의 이유였지만 이제는 그저 잘난 척하는 광고를 만들고 경쟁사에 비해서도 뒤처지기까지 한다"며 "특히 삼성과의 법정 소송에서 애플은 더이상 쿨하지 않다. 도리어 많은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허소송은 애플만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는데 이제는 목표를 잃은 채 소송의 바다에서 떠다니는 형국이다.
지금이 애플에게 즐거운 상황은 아니지만 여전히 애플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현재의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한 방법은 특허 소송이 본질이 아니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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