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서 김시진 감독(왼쪽)을 보좌한데 이어 롯데에서도 함께 하는 정민태 코치(가운데)
현역 시절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머리회전도 빠르고 행동도 빠릅니다. 빠른 습성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에이스로 맹위를 떨치고 넥센 히어로즈에서 투수코치로 선수육성에 힘썼던 정민태(42) 코치가 그 주인공입니다. 정 코치는 올 시즌 어느 때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넥센 투수진이 그렇게 하지말라고 강조해온 ‘볼넷’을 남발해서 속이 상하기도 했고 막판에 불거진 김시진 감독과의 불화설로 가슴에 응어리가 지기도 했습니다.

김 감독과의 불화설은 김 감독이 넥센에서 해고되기 전날 구단에 사퇴의사를 표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야구계에서는 ‘정민태가 감독 밀어내려고 그런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정 코치는 “투수진을 잘 못 이끈 책임을 지겠다는 표시였다”며 항변했지만 김 감독이 경질되면서 정 코치의 해명은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정 코치의 관계는 불편할 것이 없었습니다. 김 감독은 10월초 시즌이 끝나자마자 지인들과의 저녁자리에 정 코치도 불러 위로했습니다. 정 코치도 김 감독처럼 시즌이 끝난 후 넥센 코치에서 물러나 실업자 신세가 된 상태였습니다. 김 감독은 정 코치에게 “네가 고생이 많았다. 어디에 있든 더 공부를 하고 나중에 보자”며 훗날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김 감독이 지난 5일 전격적으로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정 코치도 함께 1군 투수코치를 맡게 됐습니다. 롯데 구단은 김 감독과 별개로 정 코치와는 사전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모양새는 ‘김 감독-정 코치’ 조합이 재결성된 것입니다. 둘이 넥센에서처럼 팀워크를 발휘해 롯데 투수진의 실력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케 합니다.
정 코치야말로 김 감독 곁을 끝까지 유일하게 지킨 ‘의리의 돌쇠’가 됐습니다. 정 코치는 “짧은 기간이지만 인생에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위의 말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김 감독님을 잘 보필하고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김 감독과 정 코치는 태평양 때부터 20년 가까이 함께 했던 절친한 사이입니다. 정 코치 선수시절에는 투수코치와 에이스로서 팀의 주축을 이뤘고 넥센에서는 감독과 코치로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특히 정 코치가 선수시절 수술을 받고 재활로 힘든 나날을 보낼 때 친형처럼 용기를 북돋워주고 일으켜 세워준 이가 김 감독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서로의 속내를 잘 아는 사이입니다.
정 코치에게도 이번 롯데행은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전입니다. 지금까지는 현역생활을 했던 친정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지도력을 발휘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야하는 무대에 섰기 때문입니다. 정 코치는 장래 ‘감독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탓에 넥센 시절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사령탑으로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 어디서 이뤄질지 모르지만 정 코치는 최근 일련의 행보를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실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정 코치가 선수시절과 넥센 코치를 통해 배운 장점과 롯데 투수진의 장점을 잘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코치로서 감독을 잘 보좌하고 배우면서 선수지도 능력을 인정받을 때 사령탑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의 무대도 열릴 것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