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43)이 2년 2개월 만에 고국의 마운드를 밟았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구대성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마구 매니저 아시아시리즈 B조 2차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과의 경기에 1-4로 뒤진 8회 등판해 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실점(1자책점)했다. 지난 2010년 9월 3일 대전 삼성전에서 가진 은퇴경기 이후 2년 2개월 만에 한국 마운드에 선 구대성은 잔뜩 독기가 오른 요미우리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동료들의 실수까지 겹치며 ⅓이닝만을 소화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은퇴 이후 호주로 건너가 호주 세미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대성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분명 전성기보다는 기량이 떨어졌지만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호주 리그에서는 수준급 기량으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다. 시드니 블루삭스가 원 소속팀인 구대성은 이번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리그 우승팀 퍼스 히트에 임시 합류해 한국 땅을 밟았다.

전날(8일) 롯데와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던 구대성은 이번 경기 출격이 예고됐다. 시기가 문제였다. 구대성은 4회말이 끝난 뒤 불펜으로 이동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퍼스 히트가 생각보다 요미우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팀은 1-1로 맞선 7회 위기에서 3점을 허용한 뒤에야 8회 구대성을 올렸다.
오랜만의 사직 마운드에 설레일 법도 했지만 갈 길 바쁜 요미우리 타자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첫 타자 초노에게 중전 안타, 오오타에게 좌중간 2루타, 야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구대성은 데라우치의 유격수 앞 땅볼 때 1점을 내줬다. 그 후로는 동료들의 실책으로 위기가 가중됐다. 가토, 나카이의 3루 방면 타구 때 3루수 화이트의 실책이 연이어 나오며 나왔고 결국 마츠모토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케넬리에게 넘겼다. 동료들의 지원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관중석의 몇몇 팬들은 구대성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등판 자체로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구위는 떨어졌지만 예전의 독특한 폼은 팬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경기 초반 선전했던 퍼스 히트는 요미우리의 막판 집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1-7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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