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영동 1985', '26년' 등 가슴 아픈 한국 근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선을 앞두고 11월 대거 개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참여하는 이들에게 영화 관계자들 조차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은 "왜?"라고 반문하는 모습이다.
'부러진 화살'에 이어 '남영동 1985'를 연이어 선보이며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정지영 감독은 "그간 영화를 만드는 데 위에서 어떤 압력은 없었냐"는 질문에 "여태까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이 압력이 없었나요?' 묻는 자체가 이 시대를 상징하는 건데, 참 슬프고 안타깝다. 이 영화 제대로 배급될까요?' 라고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치 배급이 안 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다소 씁쓸해 했다.
'26년'에 출연하는 배우 한혜진 역시 이 영화에 대해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정말 잘 선택했다, 안 했으면 어쩔 뻔했지'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하며 "왜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사람들이 이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현실이 슬프다. ('26년'이) 앞으로 내가 평생하게 될 작품들까지 포함해서 손에 꼽을 만큼 보람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26년'에 출연하는 배우 관계자는 "작품 선택 당시 회사에서 걱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연기자는 '왜 걱정을 해야 하는데?'라며 오히려 더 출연 의지가 강하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감독이나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좀 더 열린 차원에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 정작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주변인들이다"라고 전했다.
'남영동1985'는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은 실화로 故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영화화한 작품이고,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