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배영수(31, 삼성)는 “라미고 선수들은 밥을 잘 먹었는지 덩치가 참 크다. 작년에 퉁이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는데…”라고 했다. 상대 장타력을 경계하는 의미였다. 공교롭게도 그 장타 한 방이 배영수를 다시 불운으로 빠뜨렸다.
배영수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마구 매니저 아시아시리즈 라미고 몽키스와의 A조 2차전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다. 4회 린홍위에게 얻어 맞은 솔로 홈런 한 방이 아쉬웠다.
1회와 2회 각각 2사 후 안타 하나씩을 맞은 배영수는 후속타자를 범타처리하며 별 문제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첫 위기는 3회였다. 후앙하오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잔즈야오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린즈핑의 유격수 방면 땅볼 때 김상수가 공을 놓치는 실책으로 1사 1,3루가 됐다. 이어 천구안런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놓였다.

위기에 몰렸지만 배영수는 노련했다. 4번 타자이자 삼성의 경계 인물이었던 린즈셩을 1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했고 5번 구어이앤원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과감한 몸쪽 승부와 배짱이 돋보였다.
하지만 4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1B-1S에서 선두타자 린홍위에 바깥쪽 투심(139㎞)을 던지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다시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6회 선두 타자 구어이앤원에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삼성 벤치는 불펜 가동을 결정했고 배영수는 73개의 공을 던진 채 마운드를 심창민에게 넘겼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km였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도 대만 팀인 퉁이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했던 배영수는 5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를 날렸었다. 2년 연속 아시아시리즈에서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배영수는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렸다. 경기는 6회 현재 라미고가 선발 로레의 호투에 힘입어 1-0으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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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