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단기전에는 변수가 있다고 한다. 객관적인 전력이 그 변수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변수를 지워내기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조별예선 탈락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삼성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마구 매니저 아시아시리즈 A조 2차전 라미고 몽키스(대만)과의 경기에서 4회 린홍위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 한 방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0-3으로 졌다. 아시아시리즈 2연패에 나섰던 삼성의 도전은 첫 경기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삼성이었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퉁이 라이온스에 이겼던 경험도 있었다. 초점은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았던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맞춰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라미고부터 잡는 게 우선”이라며 방심을 경계했던 류중일 삼성 감독의 말이 정확했다.

라미고의 수준은 생각보다 높았다. 짜임새가 있었다. 수비도 깔끔했다. 여기에 복병이 튀어 나왔다. 라미고 선발 마이크 로리였다. 올 시즌 라미고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로리는 한국시리즈 우승 후 감각이 떨어져 있었던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완봉승을 따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제구력이 좋았다. 경기 끝까지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삼성 타자들은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
선취점도 아쉽게 내줬다. 3회 위기를 잘 넘긴 삼성 선발 배영수는 4회 첫 타자 린홍위를 상대했다. 1B-1S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투심을 던지다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제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린홍위가 잘 잡아 당겼다. 4번 진즈셩과 7번 천진펑의 펀치력에만 주목했던 삼성으로서는 의외의 일격이었다. 이 1점은 가뜩이나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었던 삼성에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감각도 문제였다. 수비에서 실수가 많았다. 3회 김상수의 실책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던 삼성은 7회 쐐기점을 실책 때문에 내줬다. 7회 두 번째 투수 심창민은 선두 타자 스즈웨이에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후앙하오란이 1루수 쪽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코스가 좋았지만 처리하지 못할 공은 아니었다. 그러나 1루수 이승엽이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던 심창민에게 던진 공이 뒤로 빠지며 1사 2루 상황이 무사 2,3루가 됐다.
0-1로 뒤지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불길한 징조였다. 결국 삼성은 세 번째 투수 권혁이 잔즈야오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다소간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잔즈야오는 2구째 스퀴즈 번트를 대다 파울로 실패한 터였다. 차라리 스퀴즈가 성공했다면 1점을 줬을 상황이 2점으로 불어났다. 스퀴즈 수비에 능한 삼성임을 감안하면 반전도 가능했다.
반면 전날(8일) 차이나 스타스와의 경기에서 타선의 폭발에도 홀로 침묵한(5타수 무안타) 잔즈야오가 맹활약하는 등 라미고 선수들은 전날 경기가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 모습이었다. 일정도 라미고에는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또 라미고는 한국시리즈 기간 중 삼성을 쫓아다니며 전력을 착실하게 분석했다. 시간이 없었던 삼성과는 정반대였다. 그렇게 삼성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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