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또 발목잡은 대만…참사 재현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1.09 20: 56

한 판 승부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점치기 힘들다. 야구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라미고 몽키스 홍이중 감독은 "한국야구에서 배울 게 많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단기전은 결과를 점치기 힘들다"는 말로 감춰뒀던 송곳니를 드러냈다.
단순 전력만 비교한다면 삼성이 라미고에 한 수 앞서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했던 상대 선발의 호투, 그리고 큰 것 한방에 삼성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시리즈 예선라운드에서 삼성은 라미고에 0-3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삼성은 이날 패배로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첫 번째 패인은 상대 선발 마이클 로레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라미고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삼성전 선발이었던 로레는 9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완봉 역투를 벌였다. 여기에 린홍위의 솔로홈런, 7회 이승엽의 실책에서 시작된 2실점으로 삼성은 망신을 당했다.

대만에 발목이 잡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건 이른바 '삿포로 비극'이다. 아테네올림픽 아시아대표 선발을 겸한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만전에 4-5로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대만 선발은 왕첸밍이었고 한국은 이승엽-이종범이 맹타를 휘둘렀지만 마무리 조웅천이 9회 2점을 허용해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고취됐던 한국 대표팀은 대만에 패배한데 이어 일본에도 0-2로 져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클럽 대항전인 2006년 코나미컵(현 아시아시리즈)에서는 한국 챔피언 삼성이 대만 챔피언 라뉴 베어스(현 라미고)에 2-3으로 패배했다. 현재 라미고의 주축타자인 천진펑과 린즈성 모두 당시 라뉴에서 활약하고 있었는데 각각 결승 솔로포와 2타점 적시타로 삼성 마운드를 두들겼다. 삼성은 6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팀에 아시아시리즈에서 패배한 셈이다.
또한 2006년에는 지금도 '도하 참사'로 회자되는 또 하나의 대만전 패배가 있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회 3연속 우승을 자신했다. 그도 그럴것이 연초 1회 WBC에서 맹활약을 펼쳐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이어졌고, 아시안게임 대만전 2-4 패배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팀에도 패배해 동메달에 그쳤다.
2008년에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SK 와이번스가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챔피언 퉁이 라이온스에 패배했다. 홈런 4방을 허용하면서 4-10으로 참패를 당했다. 이어 SK는 2010년 슝디 엘리펀츠와의 한국-타이완 클럽 챔피언십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한국 야구수준이 대만보다 높다 하더라도 방심하면서까지 이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날 삼성 타선은 선발 로레에게 너무 무기력하게 당했다. 바깥쪽을 찌르는 패턴이 계속됐는데 타자들은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해 기본적인 전력분석이 부족했다는 걸 드러냈다. 또한 7회 추가 2실점은 실책이 빌미가 됐다. 2년 연속 아시아챔피언-3관왕을 꿈꾸던 삼성에겐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