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WBC 감독 류중일, 독한 예방접종 맞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1.10 07: 20

더 이상 대만은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팀이다. 한 판 승부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점치기 힘들다. 야구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전체적인 야구수준은 분명 한국이 대만에 앞서지만 단기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방심했던 사자, 한국 챔피언 삼성이 체면을 구겼다. 9일 대만 챔피언인 라미고와 가진 아시아시리즈 예선라운드 첫 경기에서 삼성은 0-3으로 완패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결승전에서 요미우리와 만날 것만 생각해 모든 초점을 거기에 맞췄던 삼성은 복병 라미고에 완패했다. 준비 부족, 타격감 저하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이로써 국제 대항전에서 한국과 대만 클럽의 맞대결은 정확히 4승 4패로 동률을 이뤘다. 2연속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삼성은 6년 전 코나미컵에서 졌던 라미고(당시 라뉴)에 다시 졌고, SK 역시 퉁이와 숭디에 한 번씩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대만야구의 수준은 많이 올라왔다. 마치 한국팀이 일본팀을 심심치 않게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국제대회다.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건 이른바 '삿포로 비극'이다. 아테네올림픽 아시아대표 선발을 겸한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만전에 4-5로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대만 선발은 왕첸밍이었고 한국은 이승엽-이종범이 맹타를 휘둘렀지만 마무리 조웅천이 9회 2점을 허용해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고취됐던 한국 대표팀은 대만에 패배한데 이어 일본에도 0-2로 져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또한 2006년에는 지금도 '도하 참사'로 회자되는 또 하나의 대만전 패배가 있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회 3연속 우승을 자신했다. 그도 그럴것이 연초 1회 WBC에서 맹활약을 펼쳐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이어졌고, 아시안게임 대만전 2-4 패배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팀에도 패배해 동메달에 그쳤다.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이날 패배는 입에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바로 내년 벌어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지휘봉을 잡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류 감독은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WBC에서 대만과 상대 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공개된 WBC 조편성에 따르면 한국은 예선 1라운드에서 대만-네덜란드-호주와 한 조가 됐다. 조 2위까지 예선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여기서는 한국과 대만의 통과가 유력하다. 문제는 2라운드다. 대만-일본-쿠바 등과 한 조를 이뤄 여기서도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결국 대진표 상으로 대만을 잡지 못하면 한국팀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체면을 구긴 삼성, 그리고 류 감독이지만 소득이 있다면 대만야구의 실력을 느꼈다는 점이다. 야구 격언 가운데 "패배하면 모든 걸 배울 수 있다"고 말했는데 삼성의 패배로 류 감독이 얻을 건 적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전력분석, 그리고 대만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정말 독한 예방접종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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