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아시아 축구의 패권(覇權) 탈환에 도전한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이번 시즌 최고의 목표에 마주하고 있다. 바로 아시아 최고의 구단임을 상징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 울산은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갖는다.
울산에 있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큰 의미를 갖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구단 창단 이후 처음인 울산으로서는 자신들의 '철퇴 축구'가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한 이번 시즌 중반 채택한 '챔피언스리그 올인'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울산의 우승이 갖는 의미는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 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축구의 패권을 동아시아로 가져오는 것이다.
2003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이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 3년은 서아시아로 분류되는 중동 국가들의 판이었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 아인을 시작으로 2004년과 2005년에는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가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에는 성남 일화가 알 이티하드에 도전했지만 결승 2차전 홈경기서 0-5로 대패하며 대권 도전 꿈은 좌절됐다.
중동이 갖고 있던 아시아 축구의 맹주자리는 2006년 동아시아로 넘어왔다. 당시 '역전의 명수'라 불리던 전북 현대가 시리아의 알 카라마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전북의 우승 이후 일본의 우라와 레드(2007년)와 감바 오사카(2008년), 한국의 포항 스틸러스(2009년), 성남(2010년)가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를 지켜냈다.
2011년 헤게모니는 다시 중동으로 넘어갔다. 카타르의 알 사드가 무지막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결승에 올라섰고, 한국 원정에서 전북과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 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무려 6년 만에 나온 중동 팀의 우승이었다. 당시 모든 지표는 아시아 축구의 최고를 전북으로 꼽고 있었지만, 우승의 상징은 알 사드의 손에 있었던 만큼 아시아 축구의 최고가 중동이라는 사실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헤게모니은 다시 동아시아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축구의 패권을 탈환하는데 울산이 나선 것. 상대 팀도 중동을 대표하는 알 아흘리다.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이지만 중동에게 넘어가 있는 아시아 축구의 흐름을 다시 가져올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에 울산은 수 많은 홈팬들 앞에서 K리그의 자존심과 울산 구단의 명예를 드높일 것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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