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홀로서기, '포스트 류현진' 시대 준비해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10 09: 11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한화가 에이스 류현진(25)의 포스팅을 최종 승낙했다. 무려 2573만 7737달러33센트라는 어마어마한 응찰액이 전달됐다. 류현진과 가치 기준을 두고 사전 합의한 한화는 이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류현진은 이제 한화 소속이 아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주도 아래 본격적인 연봉 협상에 나서게 됐다. 이제야말로 류현진이 한화의 손에서 떠난 것이다.
지난 2006년 2차 1번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프로 데뷔한 류현진은 7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데뷔 후 7년간 큰 부상없이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190경기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1269이닝을 던지며 123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2006년 데뷔와 함께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투수 3관왕과 함께 MVP·신인왕·골든글러브를 휩쓸었고, 2010년에도 평균자책점·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며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탈삼진 타이틀은 무려 5차례나 획득, 전설적인 투수 선동렬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류현진이 곧 한화였고, 한화가 곧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높이 날고 싶은 독수리에게 한국은 너무 좁았다. 최고의 에이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고, 구단도 그의 도전정신과 노고를 인정해 놓아주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 하지만 류현진은 먼저 합당한 가치기준을 제시했고 구단도 흔쾌히 허락했다. 기준이 넘어서자 구단은 미련 없이 그를 축하하며 보냈다.
아직 최종 계약 절차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류현진은 팀을 떠났다. 이제 한화는 류현진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워낙 존재감이 뚜렷한 에이스였기 때문에 과연 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든다. 당초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반대 의사를 드러낸 김응룡 감독도 성적을 내야 하는 현장 감독으로서 팀 사정이 너무 여의치 않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스트 류현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당장 류현진 뿐만 아니라 박찬호의 현역 연장이 불투명하고, 양훈도 경찰청으로 입대했다. 선발 3개 자리가 비었다. 올해 FA 시장에서 선발투수감이 없고, 트레이드 시장도 카드 맞추기가 만만치 않아 내부적으로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올해 2년차를 맞아 가능성을 보여준 '7억팔' 좌완 유창식은 내년부터 확실한 붙박이 선발로 활약해야 한다. 볼 스피드는 빠르지만, 불안한 컨트롤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 여기에 시즌 막판 한화 선발진 숨통을 틔여준 좌완 윤근영도 1차 지명자로서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역시도 컨트롤 보완이 숙제다.
무엇보다 지난 2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김혁민이 이제 진짜 에이스로 자리잡아야 한다. 선발투수 중 그처럼 꾸준히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윤석민(KIA) 노경은(두산) 정도밖에 없다. 류현진이 떠난 가운데 우완 파이어볼로서 토종 에이스가 되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 재계약이 확정적인 데니 바티스타와 새롭게 영입될 외국인투수도 있지만 토종이 기둥이 되어야 한다. 한화는 류현진이란 큰 그림자를 이제 지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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