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대박이다. 정확하게 2573만7737달러에 33센트가 붙었다. 대한민국 야구사의 한 획을 긋는 경사라고 할 만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오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전달받았고 이를 즉시 소속팀 한화에 전달했다. 그리고 한화가 받아든 금액은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80억 원 가량이다. 류현진과 한화가 합의한 포스팅 금액 가이드라인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이제 한화는 당초 약속에 따라 류현진을 미국으로 보낸다. 14일까지 통보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다. 이로써 류현진의 미국행은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태평양을 건너 이제 미국 본토가 보이는 시점이다. 다만 아직 한 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연봉협상이다. 연봉협상이 끝나야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피날레에 이를 수 있다.

류현진에게 이 거액을 베팅한 구단이 어딘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 금액을 쓸 수 있는 팀임을 고려할 때 ‘빅 마켓’팀임은 추측할 수 있다. 또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연봉 협상에서도 또 한 번의 대박을 기대할 만하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을 잡는 데 4년간 4000~50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보도대로라면 포스팅 비용으로 2500만 달러를 썼으니 나머지 1500만~2500만 달러는 류현진의 4년 연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간 375만 달러에서 625만 달러 정도다. 올해 MLB에 진출한 천웨인(볼티모어)의 연봉은 3년간 12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나쁜 조건은 아니다.
더 욕심을 내볼 만도 하다.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그 유명한 스콧 보라스다. 구단에는 악몽 같은 이름이지만 류현진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기에는 적임자다. 한편으로는 계약 기간을 줄이는 데도 도사다. 구단에서는 류현진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 만큼 4년 이상의 계약을 바라겠지만 보라스는 다르다. 빨리 계약을 끝내 선수를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히길 바란다. 류현진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포스팅을 통과했지만 연봉협상에 실패해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2010년 이와쿠마 히사시와 2011년 나키지마 히로유키다. 이와쿠마는 1910만 달러의 꽤 큰 포스팅 금액에도 연봉 협상에 실패했다. 그 후 FA 자격을 얻어 다시 MLB 무대를 노크했다. 포스팅 몸값이 250만 달러였던 나카지마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의 가치는 이 두 선수보다 더 높다는 것이 포스팅 금액에서도 확인됐다. 한편으로는 많은 연봉을 받아야 그만큼 구단의 대우도 좋아지고 인내도 길어진다. 해외 첫 도전인 류현진이 좀 더 여유있는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연봉협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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