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빠’, 공감백배 속시원한 세태풍자 ‘재밌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11.10 09: 42

MBC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이하 ‘코빠’)가 속시원한 세태풍자로 안방극장에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MBC가 2009년 ‘개그야’ 폐지 후 3년 만에 내놓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공개 코미디의 살아있는 전설 KBS 2TV ‘개그콘서트’에 비해 적은 인력과 늦은 방송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고정 시청자들을 만들고 있다.
특히 우리네 현실을 다소 웃기게,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표현한 풍자가 가득한 코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풍자 코미디는 ‘두 이방인’과 ‘신데렐라’, ‘아가씨’, ‘최고야’다.

우선 ‘두 이방인’이라는 코너는 청년실업시대에 박사 출신 고학력자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비정규직 3D업종에 종사하며 일어나는 갈등을 그린다. 그야말로 스펙사회 대한민국을 향한 일침이다.
말만 번지르르 할뿐 이론에만 강한 고학력자 두 남자들은 벽돌을 쌓고 외발수레를 움직이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작업반장은 한심하게 쳐다보다 끝내 해고통보를 하지만 두 남자들은 먹고살아야 한다며 그제야 열심히 하겠다고 싹싹 빈다.
물론 이들의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정말 말뿐이다. 또 한번 간단한 일처리도 탁상공론에 빠진 스펙만 좋은 남자들의 모습은 스펙쌓기에만 몰두해야 하는 청년들과 그들을 그렇게 만든 한국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며 실소를 자아낸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끊임없이 방송하는 드라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진다. ‘신데렐라’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자 앞에 국회의원, 검사, 재벌 2세 등의 사회 고위층 남자가 드라마처럼 등장해 도움을 주지만 끝내 자기 자랑, 특히 재력 과시만 하지 여자를 구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여자는 드라마와 다르다고 한숨을 쉬고 신데렐라 이야기에 푹 빠진 안방극장을 시원하게 뒤집는다.
여기에 무개념 막말만 하는 회장 딸에 맞서 복수를 꿈꾸지만 끝내 밥벌이 때문에 여전히 비서로 지내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아가씨’와 머리가 크다고 구박 받는 등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비주류들에게 용기와 격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최고야’ 등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지난 9일 방송으로 5회가 전파가 탄 ‘코빠’는 이처럼 아직 방송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풍자 가득한 코미디를 내세우며 MBC 코미디의 부활을 위한 벽돌을 하나하나 쌓고 있다. 덕분에 ‘코빠’는 초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딛고 개그맨들의 열연과 세상을 뒤집어보는 신선한 시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jmpyo@osen.co.kr
M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