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멜로 영화가 '미쳤다'. 몇 년간 죽은 장르로 여겨지던 멜로가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인 것이다. 정통멜로, 로맨틱코미디, 판타지 멜로 등 멜로란 큰 범주에서 조금씩 하부 장르를 달리하는 이 세 영화들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 시작의 주역은 '건축학개론'이다. 극장에 '기억의 습작'이 울려퍼지며 관객들을 복고 감성으로 적신 '건축학개론'은 지난 3월 개봉해 41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당시 90년대 감성을 과연 요즘의 10~20대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를 우려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복고'라는 문화 전반적인 트렌드와 담담하지만 여운 남는 시나리오 등의 힘으로 멜로영화 역대 흥행 1위라는 새 역사를 썼다. 걸그룹 출신 여배우 수지라는 충무로 유망주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건축학개론'에 이어 멜로 영화의 파격을 보여준 작품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이다. 지난 5월 개봉해 450만여명을 동원한 이 작품은 놀라운 뒷심으로 로맨틱코미디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30대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30대 이상 관객들이 더욱 적극 공감한 로맨틱코미디란 점에서 차별화됐으며, 개성파 배우였던 류승룡을 주연급 스타로 만들었다.
다음 작품은 지난 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이다. 지난 9일까지 누적관객 252만 970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언급된 두 영화보다 흥행 속도가 좀 더 빠르다는 이유를 들어 조심스럽게 500만 이상을 점치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 세 영화는 평단과 흥행을 둘 다 잡았으며, 비교적 오랫동안 작업한 시나리오('건축학개론', '늑대소년)나 원작이 있는 작품('내 아내의 모든것')을 요즘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용주(건축학개론)와 조성희(늑대소년)라는 가능성 있는 신인 감독들이 상업영화판에서 빛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지, 송중기, 박보영 등 영화판에서는 비교적 힘이 빠지는 20대 배우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더욱이 '건축학개론'이 이미 사장된 분위기였던 정통 멜로를 다시 끄집어 올렸다면, '늑대소년'은 우리나라에 없던 판타지 멜로 장르에 대한 도전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두 작품은 보통 한국형 멜로=눈물범벅 최루성 멜로라는 공식을 벗고, 세밀한 감성과 잔잔한 여운으로 2012년 멜로의 새로운 정서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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