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아시아시리즈'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당초 서울에서 벌어질 예정이었지만 11월에 야외구장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후가 따뜻한 부산시가 적합했고, 여기에다 뜨거운 부산의 야구열기에 대회 흥행까지 기대한 조치였다.
아시아시리즈를 개최한 부산시는 대회 성공을 낙관하고 있었다. 대회를 2개월 여 앞둔 8월에 만난 시 고위 관계자는 "부산의 야구열기를 세계 야구팬들에게 보여 줄 좋은 기회"라면서 "이번 대회 관중유치 성과가 괜찮다면 이것을 발판 삼아 WBC까지 부산에 유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사직구장에 구덕구장, 기장에 조성중인 4개의 야구장까지 더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밑그림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시아시리즈 흥행은 실패에 가깝다. 라미고-차이나(2575명), 롯데-퍼스(5580명), 요미우리-퍼스(2818명), 삼성-라미고(4585명) 등 4경기 모두 관중이 기대보다 훨씬 적게 들어왔다. 규모가 큰 사직구장에 많아야 5천여명의 관중만 경기장을 찾아 적막감은 더했다. 4경기 입장관중을 모두 더하면 1만5521명. 올해 정규시즌 사직구장 평균 입장관중 2만742명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8일 개막전이었던 라미고와 차이나의 경기는 철저한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수십명 규모의 대만 현지 응원단을 제외하고는 경기에 집중하는 관중은 없었다. 일부 관중들이 입장했지만 한 구역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학생 동원관객 이었다. 그날 오후 6시에 시작된 롯데 경기에는 그나마 경기장이 찼지만 1루 응원석 주위 뿐이었다. 정규시즌 최저 관객이었던 5076명보다는 조금 많이 들어왔다는 데 위안을 삼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시리즈의 성격이다. 각국 챔피언이 맞붙는 국가대항전 개념보다는 일종의 번외경기로 간주되고 있다. 대회의 권위가 아직 높지 않다보니 출전 팀들도 전력을 다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장 따뜻한 부산이라고는 하지만 11월의 바닷바람은 찰 수밖에 없다.
KBO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중석이 워낙 커서 더 휑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지만 확실히 흥행 실패다. 게다가 롯데 경기만 입장권 가격을 더 얹어서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까지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우리가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대회 운영 전반은 KBO에서 하고 있다"면서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느낀다. 예상보다 흥행이 더 안 됐다"고 씁쓸해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열리지 못했던 아시아시리즈는 이번 대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흥행 참패다. WBC까지 바라던 부산시도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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