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행복 시작', 류중일은 '고민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10 10: 59

류현진(25, 한화)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기쁨의 목소리다. 그러나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걱정을 시작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류중일(49)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이다.
한화는 10일 오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구단 포스팅 최고액이 약 2573만 달러(280억 원)라고 공개했다. 최고 입찰액을 써낸 구단이 어딘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류현진의 앞길에 있던 가장 큰 장애물은 치워진 모양새다. 가이드라인이 얼마로 합의됐든 이 금액보다는 낮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연봉계약 등 세부협상을 위해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물론 연봉협상에서 판이 엎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예상을 뛰어넘었던 포스팅 금액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만큼 팀이 류현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기에 늦어도 이번 달 안에 류현진 이적의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써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첫 선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류현진 스스로도 해외 무대는 처음이다. 언어부터 시작, 문화와 야구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진출 첫 해인만큼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이겨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바로 내년 3월 열릴 WBC다.
WBC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는 기피 대상이다. 시즌 직전 열리기 때문에 컨디션 조율이 쉽지 않다. 대회를 위해 너무 일찍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 정작 시즌을 망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대회를 포기하는 선수도 많다. 게다가 구단도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그다지 좋게 여기지 않는다.
당장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일찌감치 WBC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음 시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첫 해를 맞이하는 류현진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사 류현진 스스로의 출전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단의 입김이 작용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대표팀 관계자들은 류현진이 미국행을 확정지을 경우 이번 WBC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대사를 앞둔 선수에게 무조건적인 애국심만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류현진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프로 데뷔 이후 대표팀의 에이스로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했던 류현진이 없다면 선발진 운영에 쉽지 않다.
가뜩이나 이번 대표팀은 선발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류현진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광현(SK) 윤석민(KIA) 등의 투수들은 지난 시즌 자신의 이름값보다 못했다. 새로운 피 몇몇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안요소는 있다. 류중일 WBC 감독으로서는 시작부터 류현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절대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일단 류현진의 자리를 비워놨다”고 했던 WBC 엔트리는 이르면 이번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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