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안방에서 대망신’, 굴욕의 시리즈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10 15: 03

수 달 전 무한도전에서 멤버 박명수가 정준하의 신혼집 안방에서 손연재의 리듬체조 복장과 분장으로 체조연기를 한다는 공약이 나왔다. 집 주인 정준하가 아연실색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12 아시아시리즈가 그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와 연고지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한 롯데 자이언츠의 결승행 좌절이 낳은 촌극이다.
롯데는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아시아시리즈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0-5로 패배, 요미우리에 결승행 티켓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에 앞서 9일 삼성은 대만 우승팀인 라미고 몽키스에 0-3 완봉패를 당하며 첫 경기서부터 일찌감치 결승 진출 좌절이라는 쓴 잔을 들이켰다. 따라서 11일 일본 대표 요미우리와 대만 대표 라미고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동래구 사직동 사직야구장에서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얼마나 될까. 시리즈 시작 전 각국 야구 관계자 및 미디어, 선수단은 대체로 삼성과 요미우리의 결승 진출을 예상했다. 요미우리는 그야말로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이고 삼성은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데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우승팀이다. 참가팀 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팀들의 격돌을 예상한 것이 대다수의 전망이었다.

복병이 될 수 있던 롯데와 라미고도 각각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승 진출은 어려울 듯 싶다”, “배우는 자세로 시리즈를 임하겠다”라며 결승 진출을 낙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9일 삼성이 라미고 선발 마이클 조나단 로리 주니어의 9이닝 3피안타(11탈삼진) 무실점 쾌투 속 0-3 무사사구 완봉패를 당하며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삼성의 패퇴와 함께 8일 호주 대표 퍼스 히트를 6-1로 꺾고 요미우리전을 준비하던 롯데의 부담이 커졌다. 한국야구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 롯데의 분전이 필요했으나 사실 롯데의 전망은 굉장히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잠수함 정대현-김성배, 좌완 계투 강영식이 무릎과 팔꿈치, 어깨 통증을 호소 중이라 실전에 활용할 수 없었다. 또한 주전 우익수 손아섭은 목 부위 근육통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고 주전 포수 강민호도 오른 무릎 통증으로 인해 요미우리와의 경기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 결국 강민호는 1회말 첫 타석에 나서기도 전에 교체되었다.
제 전력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요미우리를 반드시 꺾어야 했던 만큼 롯데는 경기 전부터 극심한 부담 속 그라운드에 나섰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확실한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고 수비 실수까지 나오며 완패를 자초했다. 요미우리 선발 사와무라 히로카즈의 제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으나 롯데는 무력한 경기로 패하며 안방에서 펼치는 아시아시리즈의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그나마 야구 열기가 뜨겁다는 부산에서 펼친 아시아시리즈. 정작 뚜껑을 열자 흥행 면에서도 큰 재미를 못 봤고 'called game'이 'cold game'으로 표기되는 등 시리즈 시작부터 미숙한 운영이 나오며 차질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뼈 아픈 것은 야심차게 계획했던 안방에서의 아시아시리즈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을 그저 장소 제공만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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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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