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할 경기는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했다. 한국프로야구가 2012 아시아시리즈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8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2 마구 매니저 아시아시리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삼성과 롯데는 나란히 예선 탈락했다. 한국시리즈 챔피언이자 전년도 이 대회 우승팀은 삼성은 9일 라미고 몽키스(대만)에 0-3으로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마지막 보루였던 롯데도 1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에 0-5로 졌다. 경기 후 권두조 롯데 수석코치가 “공·수·주에서 모두 밀렸다”라고 시인했을 정도의 완패였다.
이로써 2012 아시아시리즈의 결승대진은 라미고와 요미우리의 대결로 짜여졌다. 한국은 두 팀을 대회에 출전시키고도 한 팀조차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 안방에서 차린 잔치상을 손님들에게 갖다 바친 셈이 됐다. 최근 대표팀과 프로팀의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으로 한껏 자신감에 부풀었던 한국프로야구가 방심은 곧 추락이라는 진리를 절실히 깨달았던 대회였다.

대회를 앞두고부터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제대로 몸을 풀지 못하고 대회에 임했다.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라미고보다는 결승 상대로 점친 요미우리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일격을 당했다. 한편으로는 실전감각도 정상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롯데는 플레이오프 후 감독을 교체하며 사실상 이 대회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뒤숭숭한 팀 분위기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 만무했다.
한편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구도 부산의 야구열기를 아시아시리즈까지 이어가려는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10일까지 가장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은 경기는 롯데와 요미우리의 경기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절반 이상은 들어찰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 경기의 관중은 1만168명에 그쳤다. 나머지 경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2만8000석 규모의 사직 구장이 텅텅 비자 경기 분위기도 살지 않았다. '어울림'이라는 대회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했다.
물론 쌀쌀한 날씨와 강한 바람 등 여건이 따라주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애당초 11월에 이 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으로는 아시아시리즈라는 컨텐츠를 제대로 포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야구 열기가 아직은 프로야구에만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자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처럼 2012 아시아시리즈는 부끄러움과 문제점을 모두 남긴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교훈을 찾아 보완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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