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우승' 김호곤, 철퇴왕의 도전 2막이 시작됐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1.11 07: 48

연이은 추가골에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 김호곤(61) 감독은 억눌렀던 기쁨을 감추지 않고 터뜨렸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는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김승용의 맹활약에 힘입어 알 아흘리를 3-0로 물리치고 감격적인 우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김 감독 역시 자신의 축구인생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K리그 최고령 감독으로 선수 생활을 포함하면 무려 44년 동안 축구계에 몸담으면서 2004 아테네 올림픽 사상 첫 8강 진출을 일궈냈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우승까지 오는데 참으로 오래걸렸지만 그 덕분에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라면 월드컵, 클럽 선수는 클럽 세계대회 출전하는 것이 축구 세계에서 가장 기쁜 날일 것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다"라며 "1986 월드컵 때도 코치였지만 감독으로서 (오늘이)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울산이 우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 감독 본인도 "K리그와 같이 병행하면서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다. 대표팀 다녀와서 K리그도 바로 뛰게 하고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잘 참아준 선수들 덕분"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을 정도다.
김 감독은 예선전부터의 모든 과정들이 다 고비라고 생각했다. 선수들과는 또 다른 감독의 입장이다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승전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질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결승전에 도달하기 위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준결승까지 긴장했던 것에 비해 결승전은 좀 나았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예상보다 마음이 편했다"고 결승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인생 최대의 도전이었던 ACL 우승을 현실로 만든 김 감독은 하나의 도전을 마무리하고 더 큰 목표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오는 12월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이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 무대다. K리그와 병행해야하는 일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김 감독은 "쉽지 않겠지만 한국 축구의 위상을 위해 도전하겠다. K리그를 클럽 월드컵 준비과정으로 생각하고 잘 준비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도전 2막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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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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