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 프로야구 레전드들이 모이고 있다. 롯데 구단역사상 최초로 '사단'도 만들어졌다.
신호탄은 김시진 감독의 선임이었다. 롯데는 지난 5일 제15대 김시진 감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1992년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김 감독이 20년 만에 다시 거인 유니폼을 입는 순간이었다. 이날 롯데는 정민태 투수코치의 영입도 함께 발표했다. 넥센에서 감독-투수로 얼굴을 맞댔던 김 감독과 정 코치가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타격코치 파트였다. 올해 박병호-서건창을 육성해 대박을 터트린 박흥식 타격코치도 롯데에서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2012년 넥센의 감독-투수코치-타격코치가 고스란히 롯데로 이식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11일 박 코치의 영입을 알리면서 권영호 수석코치, 김응국 코치도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신임 권 수석코치다. 원년부터 삼성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권 수석은 통산 56승 49패 100세이브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한 레전드 투수다. 특히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100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다. 신임 김 감독과는 삼성 시절 인연을 맺었다.
이로써 롯데에 프로야구 레전드 투수 출신 3인방이 모이게 됐다. 김시진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통산 124승 7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최초의 100승 투수도 김 감독의 몫 이었다. 또한 정민태 코치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쥐락펴락한 우완투수다.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통산 124승(96패 3세이브)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국내선수가 시즌 20승을 마지막으로 기록한 것도 1999년 정 코치의 20승이 마지막이었다. 여기에 원조 '소방수' 권 수석까지 롯데에서 뭉치게 된 것이다.
이들 3인의 지도자는 모두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수생활 동안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명의 투수를 길러냈다. 김 감독은 태평양-현대 투수코치를 거치며 투수왕국을 건설했고 넥센에서는 정 코치와 함께 숱한 영건 투수를 육성했다. 또한 권 수석은 영남대 감독으로 있으면서 손승락을 길러 낸 것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을 선임하며 "투수부문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의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던 롯데는 권 수석까지 영입하며 투수진 강화에 대한 굳은 결심을 내비쳤다. 올해 롯데 투수진은 팀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 지표상으로 월등히 좋아졌지만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 감독은 "구단이 내게 원하는 걸 알고 있다. 선발투수를 길러 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황이다.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3인의 레전드 투수가 롯데에 뭉쳤다. 이들이 높여갈 2013년 롯데 마운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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