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독해졌다, '김시진 사단' 결성 의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1.12 06: 48

롯데 자이언츠가 달라졌다. 그 동안 코칭스태프 구성에 있어서 '순혈주의' 기조를 어느 정도는 유지했던 롯데에 장벽이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다.
신호탄은 김시진 감독의 선임이었다. 롯데는 지난 5일 제15대 김시진 감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동시에 정민태 투수코치의 영입도 함께 발표했다. 넥센에서 감독-투수로 얼굴을 맞댔던 김 감독과 정 코치가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코칭스태프를 연달아 데려오며 사단을 구축했다. 올해 박병호-서건창을 육성해 대박을 터트린 박흥식 타격코치도 롯데에서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박 코치의 영입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롯데는 11일 권영호 수석코치, 김응국 코치도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고 발표했다. 통산 100세이브를 최초로 달성한 권 수석은 김 감독과 함께 초창기 삼성 마운드를 지켰던 레전드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 김시진 사단결성, 구단 역사상 초유의 사건
사실 최근 롯데의 감독만 보면 '순혈주의'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등 롯데나 부산과 전혀 접점이 없는 인물 2명을 연달아 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앞선 두 감독은 롯데에서 성과를 올렸다.
그렇지만 코칭스태프 구성을 보면 순혈주의라는 말에 수긍을 할 수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미국에서 올 때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를 대동했지만 2010년 그가 떠나면서 이역만리서 자기사람 없이 야구를 했다. 외국인감독의 특성 상 이해할 수 있지만 양승호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은 양 전 감독은 '사단'을 만들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롯데 감독을 맡았던 2년 동안 구단에서 임명한 코치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용인술을 발휘, 큰 충돌없이 롯데를 이끌었지만 때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코치로부터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자진사퇴를 선언했던 양 전 감독은 "부산 야구인들로 코칭스태프를 더 채워달라"는 말을 했다.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고 결국 구단과 작별을 하게 됐다.
▲ 롯데 순혈주의 버렸다
그렇지만 김 감독의 부임으로 롯데는 새 역사를 썼다. 흔히 감독이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를 함께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감독의 지시를 받아 선수지도를 총괄 감독할 수석코치, 투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하게 점검해 정확하고 빠른 보고를 올려야 할 투수코치와 감독이 교감을 하지 못한다면 팀은 혼선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번에 김 감독은 현역시절 삼성에서 연을 맺은 권 수석, 애제자이자 넥센에서 투수코치로 함께 일했던 정 코치를 한 번에 영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감독은 타격을 맡길 박 코치까지 직접 연락을 해 롯데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수석코치, 투수코치, 타격코치까지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운 김 감독은 롯데의 파격적인 조치 속에 내년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롯데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한 야구인은 "구단 30년 역사상 감독이 완벽하게 자기 사람들과 함께 롯데로 들어온 건 김시진 감독이 처음인 것 같다"며 "구단이 김시진 감독에게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롯데를 지켰던 코칭스태프는 대거 떠나게 됐다. 박정태 타격코치는 10일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가득염 불펜코치, 조원우 주루코치는 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두조 수석코치는 2군 감독으로 보직을 옮긴다.
▲ 달라진 롯데, 변화의 방향은
이제 롯데 코칭스태프는 '롯데'가 아니다. 감독부터 핵심 코칭스태프까지 삼성 쪽 인물들로 채워졌다. 김시진 감독-권영호 수석은 말할 것도 없고 박흥식 타격코치는 삼성에서만 10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인물이다. 항간에서 '롯데 라이온즈'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코칭스태프 조각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다.
최근 목 놓아 '우승'만을 부르짖던 롯데는 '김시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를 곧바로 우승시킬 수 있는, 우승 경력이 풍부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구단의 선택은 예상을 깼다. 아직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이 없는 김 감독을 선택한 건 단기적으로 우승을 거두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롯데를 강팀으로 키우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보인다.
특히 코칭스태프까지 김 감독 측근으로 채워 준 것을 보면 롯데 구단의 선수육성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성적과 선수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하지만 김 감독은 마음이 맞는 코치들과 함께 훨씬 수월하게 팀을 지휘할 수 있게 됐다.
감독자리에 이어 코칭스태프 자리까지 문을 활짝 연 롯데다. 김 감독은 롯데가 관례를 깬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성적이든 마운드 재건이든 성과를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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