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 머리에 스쳤다고요!”.
강원 FC의 임대생 공격수 지쿠(29, 루마니아)가 결백함을 소호했다.
강원은 지난 1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시즌 현대오일뱅크 K리그 39라운드 광주FC전에서 후반 17분에 터진 오재석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 적지서 승점 1점을 챙겼다.

그러나 이날 오재석의 동점골은 골의 진짜 주인을 가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점골 상황은 이랬다. 후반 17분 강원의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오재석은 그대로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순간 지쿠가 뛰어올랐고 공은 지쿠의 머리에 스치듯 지나 그대로 광주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점골이 터진 뒤 지쿠는 자신의 당연히 자신의 골이라는 듯 세리모니까지 펼치며 자신의 9호골을 자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논란의 골은 결국 지쿠의 머리에 닿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며 오재석의 골로 인정됐다.
지쿠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팀 프런트에게 분명히 머리에 스쳤다며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한 것. 이후 강원은 당시 골문 근처에 있던 선수들에게 오재석의 크로스가 지쿠의 머리에 맞았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오”였다.
최근 3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강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지쿠였다. 더구나 이번 골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면 연속골 경기를 4로 늘릴 뿐더러 두둑한 공격포인트 수당까지 챙길 수 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쿠의 머리가 길었다면 머리에 스쳤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빡빡 머리 지쿠의 머리에 맞았다고 하기엔 화면 상으로도 공의 변화가 없었다. 결국 이날 강원의 골은 오재석의 골로 판명이 났고 지쿠는 동료들의 배신(?) 속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물론 누가 넣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원은 배수의 진을 친 광주 원정에서 오재석과 지쿠가 만들어 낸 이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4경기 연속골 기록을 놓친 지쿠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떠나 지쿠와 오재석의 합작골을 앞세워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강원으로선 아무래도 좋은, 천금 같은 동점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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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쿠. 강원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