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게 탈락한 선수들도 쏟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선수 명단 28명을 발표한 가운데 아깝게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하나둘씩 거론되고 있다. 올해 MVP를 받은 넥센 박병호(26)를 비롯해 골든글러브 외야수 손아섭(24), 두산 포수 양의지(25) 등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아깝게 탈락한 것이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역시 박병호다. 박병호는 올해 133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출장,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으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홈런·타점에 장타율(0.561)까지 타격 3개 부문을 휩쓸며 MVP 수상과 함께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생애 첫 드림팀 태극마크까지 꿈꿨으나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의 벽에 가로 막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표팀 단골멤버였던 이대호(오릭스)와 김태균(한화)이 같은 1루 포지션에서 오른손 타자로 말뚝 박고 있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이승엽(삼성)이 전격적으로 대표팀 복귀를 선언, 박병호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들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이승엽-이대호-김태균의 1루 라인에서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박병호의 자리가 없었다. 1루는 백업 멤버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라 발탁이 더욱 힘들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올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손아섭의 탈락도 충격적이다. 올해 타율 3할1푼4리 158안타 5홈런 58타점을 기록한 그는 강한 어깨가 바탕이 된 외야 송구력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두루 갖췄다. 그러나 손아섭과 같은 좌타 외야수로 김현수(두산)·이진영(LG)·이용규(KIA)에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있다는 게 탈락 사유였다. 이들에 비해 손아섭은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것도 약점이었다.
두산 포수 양의지도 아쉬운 탈락자 중 하나다. 대표팀 예비 명단의 포수는 진갑용(삼성)과 강민호(롯데) 단 둘이었다. 진갑용과 강민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을 합작한 안방마님들이다. 그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베테랑 진갑용이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WBC도 경험이 풍부한 진갑용의 노련미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아직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고,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 양의지에게 WBC의 한 자리를 내주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이외에도 SK 마무리 정우람(27), KIA 키스톤콤비 김선빈(23)과 안치홍(22), 두산 선발 이용찬(24), LG 외야수 박용택(33), 삼성 3루수 박석민(27) 등도 아쉬운 탈락자로 거론된다. 왼손 불펜으로 가치가 높은 정우람은 박희수(SK)와 봉중근(LG)에게 밀렸다. 김선빈과 안치홍은 김상수(삼성)와 강정호(넥센)를 넘지 못했다. 이용찬은 노경은(두산)-김진우(KIA)와 오른손 선발 경쟁에서 뒤졌고, 박용택도 기존의 왼손 외야수들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박석민도 최정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아직 최종 엔트리는 아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류현진의 합류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아쉬운 탈락자들의 극적인 추가 발탁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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