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에는 포함됐다. 그러나 그것이 출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추신수(30, 클리블랜드)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WBC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 28명을 발표했다. 28인 최종 엔트리는 오늘 30일까지 대회 주관사인 WBCI에 제출하면 되지만 선수들의 준비를 위해 발표 시기를 당겼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 선수들이 내년 WBC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된다.
발탁과 탈락을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름이 바로 추신수다. 추신수는 김현수(두산) 전준우(롯데) 이용규(KIA) 이진영(LG)과 함께 외야 포지션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예정됐던 발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열렸던 제2회 WBC, 그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타선을 이끌었던 추신수다. 엔트리 발탁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제는 추신수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추신수는 지난달 25일 귀국 기자회견 당시 WBC 출전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추신수는 “국가를 위해 뛴다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서 큰 영광”이라고 하면서도 “출전하고 싶지만 혼자만의 문제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팀의 의사도 출전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메이저리그 구단 소속 선수가 WBC에 출전하기까지는 복잡한 사정이 많다. 구단들이 선수들의 WBC 출전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WBC는 시즌을 앞둔 3월 열린다. 이 대회에 출전하다보면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진다. 한편으로는 겨울부터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부상에도 쉽게 노출된다. 정작 시즌을 치르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성적이 몸값으로 직결되는 냉정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WBC 출전은 큰 부담임이 틀림없다.
당장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대거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선두주자격인 다르빗슈(텍사스)는 일찌감치 WBC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다르빗슈는 “내년 시즌을 대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지만 소속팀 텍사스의 입김이 강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추신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또 지난 2009년 제2회 WBC와도 사정이 달라졌다. 추신수는 2013년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2013년 최대한 좋은 활약을 해야 F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선수 생활의 부와 명예가 걸려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소속팀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새롭게 클리블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의중도 중요하다. WBC 출전을 놓고 프랑코나 감독과 대립각을 세워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추신수는 “팀과 에이전트가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아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불참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최종 엔트리 마감이 30일인 만큼 대표팀으로서도 추신수가 최대한 빨리 의사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체 선수 선발과 팀 타선 구상도 빨라질 수 있다. 과연 추신수는 또 한 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