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봐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예비 명단에서 탈락한 손아섭(24, 롯데 외야수)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132경기에 출장, 타율 3할1푼4리(503타수 158안타) 5홈런 58타점 61득점 맹타를 뽐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던 손아섭의 WBC 승선은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명단에 손아섭 이름 석 자는 보이지 않았다. 손아섭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내가 봐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겸허히 받아 들였다.
그의 최종 목표는 2014년 아시안 게임 대표팀 승선. "WBC 대표팀에 발탁되면 2014년 아시안 게임 대표팀 승선에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만약에 아시안 게임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면 정말 멘붕(멘탈 붕괴)이 왔을 것 같다".
손아섭은 "국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아쉽지만 어쩌면 다행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 대표팀 외야수 G G 사토(사토 다카히로)의 이야기를 꺼내며 "정규 시즌 때도 이야기했었지만 수비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여 국제 무대에서 약하다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다. 좀 더 완벽히 준비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 때 사토 같은 수비를 보여준다면 국내용 선수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고 대답했다.
"자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위로 문자가 끊이지 않았다. 나는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것 같다. 나보다 (박)병호형(넥센 내야수)이 더 아쉽지 않겠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여기겠다".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다. 쿨한 손아섭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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