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목표의식이 확실하다. 우리의 퀄리티를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달 20일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경남 FC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날 우승으로 포항은 일찌감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 내년도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팀에게는 영광스러운 우승이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시즌이 한 달 반 이상이나 남은 상황에서 K리그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승이 멀어진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여부에 그치는 순위 경쟁이 포항에 큰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황선홍 감독도 그에 대한 걱정이 컸다.

기우였다. 포항은 4일 뒤 부산과 홈경기서 0-2로 패배하며 걱정이 현실로 되는 듯 했지만 이후 2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지난 1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서는 1-1로 비겼다. 상위 스플릿에 소속된 팀들과 승부인 점을 봤을 때 2승 1무 1패의 기록은 결코 나쁜 기록이 아니었다.
황 감독은 "동기부여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선수들이 잘 이행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나와 선수들 모두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의 퀄리티를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우승으로 한층 올려 놓은 '포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 또한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해 놓고 연패로 인해 부진에 빠진다면, 남은 시즌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해 우승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을 경계하자는 내용이다.
포항은 순위 경쟁에 대한 부담이 없어짐 만큼 결과보다는 내용을 중요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훈 제주 감독도 "팀에 여유가 생긴 만큼 특유의 패스 플레이에도 탄력이 받은 것 같다"고 평했다.
황 감독은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중요하다. 컴팩트한 축구를 주문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선수들이 매우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명도 흔들리지 않고 개개인 모두가 잘해주고 있다. 특히 주장 황지수를 비롯해 다른 고참 선수들이 포항의 전통과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잘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년으로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은 2009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영광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황선홍 감독의 생각이다. 문제점을 급하게 보완하기보다는 천천히 고쳐나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항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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