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명단이 12일 발표됐다. 몇몇 부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야 백업에 대한 관심 또한 증폭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제3회 WBC에 출전할 28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내야의 윤곽도 드러났다. 우선 가장 격전지로 손꼽혔던 1루에는 이승엽(36, 삼성) 이대호(30, 오릭스) 김태균(30, 한화)라는 기존 선수들이 중용됐다. 박병호(26, 넥센)의 탈락이 아쉽지만 국제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 선수의 덩치가 워낙 컸다. 그 외에도 손시헌(32, 두산) 정근우(30, SK) 강정호(25, 넥센) 최정(25, SK) 김상수(22, 삼성)가 태극마크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하나의 의문점이 남는다. 바로 2루수와 3루수 백업이다. 2루수는 터줏대감인 정근우의 자리로 굳어졌다. 3루수는 박석민(27, 삼성)의 엔트리 제외로 최정의 무혈입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소속팀 기준 포지션으로는 백업이 없다. 대신 소속팀에서 유격수를 보는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가 발탁됐다. 명단만 놓고 보면 유격수는 많은데 2·3루수는 부족한 불균형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아주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2루 백업으로는 김상수를 염두에 둘 법하다. 김상수는 고등학교 시절 2루수를 맡기도 했다.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3루수로는 이대호의 이동이 가능하다. 외야수로 분류된 전준우 역시 프로에서 3루수로 나선 경험이 있다. 강정호와 손시헌도 상황에 따라서는 2루나 3루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강정호는 대표팀에서 3루 경험도 있다. 정근우와 최정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비상상황에는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적응력은 미지수다. 모두 이 포지션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자기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3루수로 뛰던 이대호는 1루로 자리를 바꾼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또한 수비 폭이 좁아 3루 수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상수는 프로 데뷔 후 주로 유격수로 뛰었다. 강정호 손시헌도 마찬가지다. 당장 2루와 3루로 들어가기에는 감각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명단이 바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 선수들로 내야를 완성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지난 두 차례의 WBC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내·외야의 고른 수비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때문에 WBC 대표팀 소집 후에는 이 선수들의 포지션 소화 능력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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