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43) 감독이 정성훈(32)과 이진영(32)이 팀에 잔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정성훈과 이진영은 12일 LG와 4년 최대 34억원에 재계약을 체결, 올 겨울 FA시장의 스타트를 끊었다.
의외의 결과다. 공수겸장 국가대표 출신의 3루수 정성훈과 외야수 이진영은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만일 이들이 전 소속팀 우선협상 기간을 넘어 남은 8개 팀의 제안을 들어봤다면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특히 이번 FA시장은 첫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는 NC는 물론, 한화와 KIA도 일찍이 FA 시장에 뛰어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팀 간 경쟁으로 FA 몸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무엇보다 정성훈과 이진영은 이미 첫 번째 FA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범 FA이자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라는 점이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정성훈과 이진영 모두 2009시즌부터 4년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뛴 4년 동안 연 평균 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게다가 정성훈은 올 시즌 장타력을 보강하며 4번 타자로 자리매김, OPS .909로 맹활약했다. 현재 리그 9개 팀 중 공격과 수비가 확실한 3루수를 지닌 팀이 반도 안 되는 것만 봐도 정성훈의 가치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베테랑은 일 년 동안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받은 배려를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정성훈을 시범경기부터 4번 타자로 낙점한 채 시즌 끝까지 정성훈에게 4번 타자를 맡겼다. 정성훈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라도 좀처럼 타순을 변경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후에는 부상 회복에 전념하도록 컨디션을 조절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
김 감독은 지난 6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한 달을 결장했던 이진영도 각별히 신경 썼다. 이진영이 시즌 후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타수가 모자라 규정타석에 들지 못하자 2번 타자, 그리고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선 1번 타자로 기용했다. 결국 이진영은 최종전 9회초에 규정 타석을 채웠고 타율 3할7리로 타격 부문 7위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특정 선수를 편애하지 않았다. 어느 시즌보다 2군 선수들의 1군 콜업이 잦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심지어 1군 경기에 처음으로 뛰게 되는 2군 선수도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 몸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고참들에게는 자유와 책임을 함께 부여했고 신예 선수들은 따로 모아놓고 지도했다.
비록 LG는 올 시즌을 7위로 마쳤지만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선수단 전체가 하나 되며 이례적으로 선수단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 솔선수범했는데 먼저 팀을 생각하는 모습으로 어느 때보다 선배와 후배 간의 대화가 많이 오고갔다. 6월 중순 급추락을 겪자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선수단 전체가 양말을 위로 올려 신으며 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은 8월과 10월 말 두 차례 정성훈·이진영과 따로 만나 잔류를 부탁했고 두 베테랑은 일찍이 잔류를 확정지으며 김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성적을 올해도 하위권이었지만 사령탑으로부터 받은 신뢰와 배려를 되갚겠다는 의지표현인 것이다.
LG 프런트도 지난해 FA 선수 3명을 놓친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올 겨울 FA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정성훈과 이진영 모두 이번에 맺은 계약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FA 최대어 둘을 잔류시킨 것은 그동안 LG에서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의 공통 불만 사항이었던 과도한 마이너스 옵션을 최소화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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