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배우 이정현이 영화 '범죄소년'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컴백했다. 극 중 이정현은 13년만에 중학생 아들을 만나는 무책임한 서른셋의 미혼모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작은 체구와 또래보다 유난히 어려보이는 얼굴로 아들을 만나 변화하는 엄마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해외영화제 상영에서는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배우로서 이정현이 가진 연기력과 잠재력을 언급하는 것은 새삼스러운일이다. 이미 데뷔작인 영화 '꽃잎'에서 파격적인 연기로 인정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현을 영화배우라 부르기엔 아직 어색한 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배우보다는 가수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한류스타로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했다. 그러므로 대중이 기억하는 이정현은 영화배우 보다는 '와'나 '바꿔' 등의 노래를 부르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끼많던 가수다.

그런 이정현의 최근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해 1월에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단편 영화 '파란만장'으로, 오는 22일에는 장편영화 '범죄소년'으로 스크린에 다시 얼굴을 비추며 데뷔 이후 십수년만에 영화배우라는 이름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
고만고만한 또래 연기자들 사이에서 이정현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뛰어난 연기력만으로 큰 존재감을 발한다. '범죄소년'의 연출을 맡은 강이관 감독도 이정현의 전작 '파란만장'을 보고 "그 해 나온 영화 중 가장 연기를 잘한 배우라 생각했다"며 그의 연기력을 극찬한 바 있다.
배우로서 이정현은 작은 체구와 어린아이같이 해맑은 마스크, 폭발적인 에너지, 연기에서의 뛰어난 집중력과 섬세한 표현력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칸의 여왕' 전도연의 장점과 교묘하게 부합한다. 섣부른 감은 있지만 연기력 만으로 본다면 포스트 전도연 리스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도 될 듯 하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전도연은 데뷔 후 20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배우로 활동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밀양', '너는 내 운명', '해피엔드', '내 마음의 풍금', '스캔들', '약속', '접속' 등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만 해도 여러 편이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를 펼쳐왔다. 반면 이정현은 현재까지는 '꽃잎' 말고는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이 없다.
그러나 만약 최근 보여준 행보들이 영화에 대한 그의 분명한 의지가 맞다면, 이정현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만큼의 개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넓은 연기력과 대중성을 검증받는다면 영화배우로서의 이정현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5년, 10년, 20년 후 전도연의 뒤를 이어 충무로의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할 이정현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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