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FA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첫 테이프는 LG가 끊었다.
LG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8년 겨울에 이어 두 번째 FA가 된 정성훈과 이진영을 각각 4년 최대 34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LG는 3명의 FA를 모두 놓친 아픔을 씻고 2명을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다.
FA 우선협상 첫 날 LG가 최대어로 거론되던 정성훈과 이진영을 붙잡으면서 협상을 앞둔 나머지 구단들은 다급해지게 됐다. 특히 롯데는 홍성흔과 김주찬이 FA를 선언했는데 만약 이들을 붙잡지 못한다면 내년 전력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일단 롯데는 12일 홍성흔과 김주찬을 만났다. 구단 측 협상 대표로는 이문한 운영부장이 나섰고, 서로 원하는 금액을 교환하는 수준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마쳤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LG의 사례를 보면 롯데와 선수간의 이야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협상기간 첫 날 LG가 두 명의 선수를 모두 붙잡는 데 성공한 건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극심한 전력유출을 겪었던 LG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정성훈과 이진영의 마음을 사고자 했고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롯데 역시 홍성흔과 김주찬이 내년 전력에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김시진 감독이 새로이 오면서 전력보강은 못 하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해 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만약 구단과 선수가 교감이 됐었다면 LG와 같이 협상이 시작 되자마자 계약을 발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역대 FA 가운데 최대 성공사례로 꼽히는 홍성흔은 올해 타율 2할9푼2리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홈런 15개로 중심타선을 지켰다. 지난해 6개의 홈런으로 장타력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올해 활약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홍성흔은 "내가 중심을 지켜야 했기에 일부러 영웅 스윙(풀 스윙)을 했다. 상대 투수가 롯데 타선을 얕보면 끝"이라면서 "컨택을 버리면서까지 장타를 노린 게 맞다. 생존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내년 마운드에는 조정훈과 나승현이 군에서 돌아와 전력상승 요인이 있지만 타자는 전무하다. 게다가 2군에서 타격 쪽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건 김대우 정도다. 만약 롯데가 홍성흔을 놓치면 당장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올해는 FA로 보강 할만한 타자도 없기에 롯데로서는 반드시 홍성흔을 잡아야 한다.
김주찬 역시 마찬가지다. 점점 희귀해지고 있는 우타 외야수에 빠른 발을 갖췄다. 여기에 3할을 넘나드는 타격까지 갖춰 어느 구단에서나 주전 외야수를 차지해 테이블세터로 활약을 기대할 만한 선수다. 만약 김주찬이 빠진다면 롯데는 내년 좌익수 자리에 이승화-이인구-황성용-김문호 가운데 한 명이 들어가야 한다. 각자 수비나 공격에서 강점을 갖췄지만 김주찬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롯데는 좌완 강영식이 이번에도 FA 선언을 포기하며 일단 투수 한 명은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당면한 과제는 홍성흔-김주찬을 붙잡는 것이다. 만약 이들을 놓친다면 '우승 도전'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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