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명단 발표가 있었던 12일 오전. 박희수(29, SK)는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었다. ‘지루함’으로 대변되는 그 훈련 중, 박희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버지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에는 “WBC 대표팀에 발탁됐다”라는 내용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박희수는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제3회 WBC 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됐다. 박희수는 올 시즌 65경기에 나가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다. 34홀드는 2006년 권오준(삼성·32홀드)을 뛰어 넘는 단일 시즌 최다 홀드기록이었다. 비록 소속팀 SK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박희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하며 분전했다. 이런 박희수가 WBC행 티켓을 손에 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시절을 제외하면 2010년 대륙간컵 대표가 국가대표팀 경력의 전부였던 박희수였다. 그래서 그럴까. 그는 “너무 기쁘다. 그리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실 오늘(12일) 발표가 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던 박희수는 “WBC와 같은 큰 대회에 뽑혀서 기쁘다. 사실 난 올해 바짝 잘한 선수에 불과한데 그동안 꾸준히 잘했던 선수들을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겸손해 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다. 박희수는 “감이 잘 안 오긴 한다. 경기장에 가서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나 이내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으로 뛰겠다. 1·2회에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3회 대회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도와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스로는 “옆에서 돕겠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박희수의 몫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 예비명단 투수 중 중간에서 뛰는 왼손 투수는 봉중근(LG)과 박희수 뿐이다. 박희수도 “주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신경 쓰면 더 부담만 생기지 않겠나. 있는 실력 그대로만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했다. 시즌 때 자신을 다잡았던 그 심정 그대로다.
올해 많이 던진 박희수다. 중간에서 무려 82이닝을 던졌다. 지금도 훈련보다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시즌 전 국제대회 출전이 컨디션 조절에 부담이 될 법도 하다. 그러나 박희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WBC 출전이 다음 시즌 성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사고 발상이다.
박희수는 “지난해 조금 잘해서 올해 경기에 많이 나갔다. WBC에 안 뽑혔다면 오히려 쉬엄쉬엄 몸을 만들었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뽑혔기 때문에 겨울에 심신 모두를 좀 더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좀 더 빨리 운동을 시작해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아직 연말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박희수의 시선은 벌써 2013년을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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