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첫 번째라면 재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었다.”
‘FA 최대어’ 정성훈(32)과 이진영(32)이 각각 LG와 4년 최대 34억원 재계약을 체결했다. 정성훈과 이진영 모두 2008년 겨울 LG 유니폼을 입은 후 4년 내내 꾸준히 활약, LG의 FA 잔혹사를 종결시키며 각자의 가치를 입증했다. 4년 동안 연평균 100경기 출장·100안타 이상을 쳤고 올 시즌에는 각각 타율 5위(3할1푼)와 7위(3할7리)를 기록했다. 수비에선 강하고 정확한 송구 능력으로 LG의 양 코너를 책임졌다.
나란히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몸값이 폭등할 게 확실했다. 2013시즌 첫 1군 진입을 앞둔 NC는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한화와 KIA도 돈다발을 풀 준비를 마쳤다. NC는 팀에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했고 한화와 KIA도 3루와 외야 전력보강이 절실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정성훈이나 이진영을 데려온다면 팀 전력 상승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둘의 선택은 재계약이었다. 그것도 FA 전 소속팀 우선협상 기간 3일 만에 내린 신속한 결정이었다. 4년 전 정성훈은 현대에서, 그리고 이진영은 SK에서 승리해왔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맛봤다. 하지만 LG에서 보낸 지난 4년은 기쁨보다 아쉬움이 많았다. 가을잔치가 열릴 때마다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팀 성적으로 인해 팬들에게 비난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잔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김기태 감독이었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좌타자이자 ‘형님 카리스마’로 베테랑 역할에 충실했던 김 감독은 부임 첫 시즌 만에 LG를 하나로 만들었다. 비록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LG의 고질병이었던 선수단 단합 문제, 불펜 붕괴, 4번 타자 공백 등을 코칭스태프와 고심하며 해결해갔다. 무엇보다 선수들로 하여금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했다.
정성훈과 이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4번 타자로 낙점된 정성훈은 OPS .909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한 정성훈이 있었기에 LG는 꼴찌후보라는 평가 속에서도 시즌 초 승리를 쌓아갔다. 이진영 역시 다이빙 캐치를 주저하지 않으며 타율 3할7리를 기록, 공수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시즌 중반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지만 서둘러 복귀했고 시즌 마지막까지 외야를 지켰다.
정성훈과 이진영은 FA를 앞두고 김 감독과 두 차례 면담했다. 정성훈은 김 감독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감독님께서 ‘FA 선택은 너희들의 몫이다. 내가 이 팀의 감독이지만 선배이기도 하다. 그만큼 너희들의 인생이 걸린 일을 두고 어떻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물론 둘 다 내년에도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시더라. 감독과 선수의 입장이 아닌 여전히 선배와 후배의 시선에서 우리를 봐주셨고 진심이 느껴졌다. 가장 존경하는 남자가 나를 필요로 하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고 재계약한 이유를 전했다.
이진영 역시 “돈이 첫 번째였다면 LG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LG에는 감독님이 계셨다. 가장 존경하는 분을 떠날 수는 없었다. 김기태 감독님을 앞으로도 모셔야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LG를 택한 것은 스승에게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밝혔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모든 힘을 쏟는다’는 말처럼 이들은 이렇게 김기태 감독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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