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이란 같은 시대를 담고 있지만,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 눈길을 끈다. 지난 달 25일 개봉한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과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남영동 1985'가 그 작품들. 한 편은 코미디, 다른 한 편은 고문을 다룬 실화 소재의 영화로 장르는 다르지만 그 아픔의 크기는 저울질 할 수 없다.
'강철대오'는 1985년 5월 발생한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짝사랑 하던 여대생(유다인)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 참여하게 된 중국집 배달부(김인권)를 통해 1985년을 추억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해학과 풍자를 통한 유머를 활용하여 옛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되새기게 만든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중국집 배달부의 희생으로 미국 문화원을 탈출할 수 있었던 대학생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치열한 젊은 시절을 살았던 486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초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강철대오'는 농담과 웃음 속에서도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몇몇 부분들은 2012년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금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순수하고 치열했던 1985년 당시의 대학생들의 모습은 취업만이 목적이 된 요즘 청년들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에서 변화의 무게도 새삼 느끼게 한다.
'강철대오'가 풍자와 해학으로 1985년 사회를 다루고 있다면, '남영동 1985'는 더욱 진지하고 직접적이다. 정지영 감독이 '부러진 화살' 이후 차기작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독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직설적으로 나타낸다.
사상의 자유 뿐 아니라 신체의 자유까지 박탈당한 독재 정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의 실화 수기를 바탕으로 군부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5년 고문실로 유명했던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에서 22일간 일어났던 일을 다룬 작품.
주인공 김종태(박원상)에게 자행되는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 전기고문은 끔찍해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마치 '고문 전시장'을 보여주듯 다양한 고문을 나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민주화 투사 김종태와 고문기술자 이두한(이경영)을 비롯해 사람이 짐승이 돼야 햤던 그 시대의 인간 군상을 통해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공분을 느끼게 한다.
일부 네티즌은 영화 '강철대오'의 엔딩에서 전경들에게 끌려간 대오(김인권)가 도착한 곳이 바로 '남영동 1985'에 등장하는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두 영화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같은 시대를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두 편의 영화는 대선을 앞둔 2012년 대한민국에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관객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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