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장관리녀'는 없다.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의 최종편인 '브레이킹던-파트2'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변화다. 10대 소녀에서 엄마로 거듭난 벨라는 그간 관객들을 속 터지게 했던 어장관리녀의 풋풋한(?) 모습을 벗고 강한 모성을 지닌 엄마로 변신했다. 엄마가 된 벨라는 심지어 자신과 미묘한 관계였던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을 때리기까지(?) 한다.
'브레이킹던-파트2'는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08년 '트와일라잇'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드디어 4년만에 대장정을 마치게 됐다. 영화는 뱀파이어가 된 벨라의 강렬한 붉은 눈으로 시작해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부분 할애한다.

딸 르네즈미를 잉태하면서 죽음의 순간까지 닿았지만 남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노력으로 뱀파이어가 된 벨라는 하지만 늑대인간 제이콥이 르네즈미에게 각인됐단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더한 충격은 르네즈미를 뱀파이어에게 위험한 '불멸의 아이'라 판단한 볼투리가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온다는 사실이다.
르네즈미가 탄생하자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벨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더욱이 제이콥에게 그가 어린 딸 르네즈미에게 각인됐다는 말을 듣자 벨라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그를 때려 눕힌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낸다. 영화는 이 같이 시리즈를 통해 이어온 이들의 미묘한 삼각관계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군데 군데 농담거리로 삼는다.
르네즈미를 임신하기 전 그간의 벨라가 사랑에 목 매는 어린 소녀였다면, 엄마 뱀파이어가 된 벨라는 자신만의 특수한 능력으로 다른 뱀파이어까지 쉴드해주며 가족을 지키는 강인한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자식과 다른 사람들까지 챙기는 강한 힘을 지닌 여성. 엄마의 모습이다.
한 여성이 소녀에서 엄마가 되는 과정을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환상적인 세계를 통해 그려내는 이 시리즈는 불안한 소녀가 어떻게 자아를 찾느냐를 그린 이야기로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 한 남자가 있다는 21세기형 불멸의 러브스토리는 시리즈를 통해 확장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기가 누군인지를 정확히 알게 된 여주인공의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는다. 우유부단한 벨라가 없으니, 이야기의 지지부진함이 사라졌고 주인공이 힘이 장사가 된 황소 체력이 된 만큼, 액션 또한 시원하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는 멜로 판타지 장르와 여성관객들의 상관관계를 짚어내게 했으며,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속 여성 소비자들의 위치까지 다시금 일때우게 했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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