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의 대결다웠다. 또 한 번 풀세트 승부가 펼쳐졌다. 이 혈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가 먼저 웃었다.
삼성화재는 1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3-2(18-25 25-19 16-25 25-21 15-12)로 역전승했다. 개막 이후 3연승을 내달린 삼성화재는 승점 8점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로 뛰어 올랐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올 시즌 첫 패배의 쓴맛을 봤다.
리그 5연패의 금자탑은 아무나 쌓는 것이 아니었다. 고비가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기는 힘은 역시 삼성화재가 좀 더 위였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레오와 박철우가 양쪽에서 공격을 이끌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며 역전승의 기반을 만들었다.

1세트는 대한항공의 설욕 의지가 돋보였다. 마틴이 에이스 몫을 톡톡히 했고 류윤식이 반대쪽에서 힘을 보탰다. 반면 삼성화재는 레오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며 흐름이 자주 끊겼다. 대한항공은 21-18로 앞선 상황에서 박철우의 공격 범실로 1점을 더 도망갔고 이후 김민욱이 서브 에이스를 연거푸 삼성화재 코트에 꽂아 넣으며 25-18로 여유 있게 1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남자부 5연패에 빛나는 삼성화재도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2세트 시작부터 레오의 강타를 앞세워 앞서 나갔다. 16-14에서는 유광우의 블로킹 득점에 이어 류윤식의 공격 범실, 그리고 박철우의 백어택으로 연속 3득점에 성공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이후 23-19까지 앞서간 삼성화재는 마틴의 서브 범실과 고희진의 블로킹으로 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3세트 초반은 대한항공이 주도했다. 6-3에서 레오의 공격 범실 2개와 마틴의 대포알 서브 에이스와 공격 득점을 묶어 10-3까지 앞서 나갔다. 이후에도 꾸준히 점수차를 유지한 대한항공은 19-11에서 터진 마틴의 서브 에이스로 쐐기를 박으며 25-16으로 이겼다.
반면 4세트는 삼성화재의 흐름이었다. 레오와 박철우 외에도 지태환 등 중앙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살아나며 20-16까지 앞섰다. 반면 대한항공은 주포 마틴이 묶이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승기를 잡은 삼성화재는 레오의 공격과 지태환의 속공, 박철우의 백어택을 묶어 25-21로 이기며 승부를 5세트로 몰고 갔다.
두 세트를 주고받은 끝에 돌입한 5세트에서는 극적인 역전극이 벌어졌다. 삼성화재의 힘이 빛난 순간이었다. 삼성화재는 마틴을 막지 못하고 7-10까지 뒤졌다. 그러나 김정훈의 블로킹과 박철우의 공격이 연이어 터지며 1점차까지 따라붙었고 이날 비교적 침묵했던 고희진이 마틴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면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삼성화재는 10-10에서 마틴을 공격을 또 한 번 김정훈이 막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12-12에서 마틴의 범실로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선 삼성화재는 김강녕의 예상치 못한 서브 에이스가 터졌고 14-12에서 레오의 공격으로 혈전을 마무리지었다.
가빈을 대체할 외국인 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레오는 이날도 33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몫을 톡톡히 했다. 공격 성공률은 60.78%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끈질긴 수비도 유난히 레오에게는 힘을 쓰지 못했다. 반대편의 박철우도 경기 후반 살아나며 13점을 보탰다. 한편 대한항공은 마틴이 32점으로 분전했고 블로킹에서도 14-6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또 한 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설욕전을 다음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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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