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투·타 에이스의 향후 향방이 한 에이전트에 달려 있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0)의 수완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추신수(30, 클리블랜드)와 류현진(25, 한화)은 14일 나란히 미국으로 출국한다. 두 선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이적설에 휩싸여 있는 추신수는 시즌 준비 외에도 산적한 현안이 많다. 포스팅 대박을 터뜨린 류현진도 아직 LA 다저스와의 연봉 협상이 남아 있다. 향후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두 선수의 다음 시즌 모습은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
두 선수는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라스는 MLB 최고의 에이전트 중 하나다.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선수들에게는 큰 돈을 안겨주는 ‘천사의 에이전트’다. 특히 경력의 절정기를 맞이한 선수들에게는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반대로 구단으로서는 골치 아픈 존재다. 워낙 몸값을 많이 부르는 성향이라 재정 규모가 작은 몇몇 팀은 보라스의 소속 선수를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다.

이런 보라스가 추신수와 류현진 몸값 띄우기에 나섰다. 우선 류현진을 놓고 다저스와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예고되어 있다. 흥정은 벌써 시작됐다. 보라스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3선발급이다. 140㎞ 후반대의 직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왼손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라고 고객의 장점을 공개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FA 자격을 얻어 2년 뒤 다시 미국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며 다저스를 압박 중이다.
다저스로서는 포스팅 금액만 2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류현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구단도 류현진 영입 당시 정해놓은 비용이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의 연봉 규모를 두고 “4년 총액 최대 2000만 달러 정도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라스의 생각은 다르다. 3선발급 투수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 계약 기간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놨을 가능성이 높다. 보라스의 협상력에 따라 류현진의 미국 생활은 시작이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추신수의 거취에도 보라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추신수는 보라스의 전략에 따라 클리블랜드와 장기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동안 다소간 금전적 손해를 봤지만 FA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못 되는 클리블랜드는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추신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트레이드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구단과 선수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보라스의 의중도 크게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돈 냄새’를 맡는 데 워낙 탁월한 에이전트다. 당장 다음 시즌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추신수에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다 줄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물밑에서 지원할 수 있다. 정보력과 인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추신수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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