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바라보는 시선, 의미없는 대회 또는 기회의 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14 12: 30

애매한 대회인가, 기회의 대회인가.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3번째로 맞이하는 대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도한 대회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주축이 돼 벌이는 국가 대항전이다. 야구 저변을 넓히기 위한 취지에서 2006년 처음 시작됐고 2009년 2회 대회에 이어 4년 주기로 열린다. 하지만 3번째 대회를 앞두고 WBC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과연 최고의 야구대회'가 맞느냐는 의문의 눈초리가 향하고 있다.
▲ WBC 최고의 야구대회 맞나?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 13일 미국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FA를 1년 앞두고 있는 추신수는 WBC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추신수는 한국의 예비 엔트리 28명에 포함됐다. 그러나 에이전트 측에서 먼저 반대 의사 분명히 나타내며 WBC 불참 논란으로 번졌다. 하지만 추신수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일본도 다르빗슈 유를 비롯해 빅리거들이 대거 WBC 불참 통보를 했거나 난색을 표했다. 대만의 에이스 천웨인도 불참 의사를 나타내 이번 WBC에서 아시아 빅리거들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이들이 하나 같이 WBC 꺼려하는 데에는 애매한 대회 시기 때문이다. WBC는 3월에 열린다. 메이저리그는 2월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3월 시범경기 이후 4월부터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간다. 대표팀에 참가할 경우 스프링캠프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입지가 불안한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에 눈도장 찍을 기회를 박탈 당하고, 스타급 선수들도 몸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2006년 WBC 참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내리막길을 탄 서재응·김선우·최희섭이 대표적인 WBC 피해자로 꼽힌다.
국가 대항전으로 승부가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도 높다. 2006년 대회에서 김동주는 예선에서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쳐 시즌 무려 83경기를 날린 뒤 아무런 보상없이 FA 자격에서 1년을 손해봐야 했다. 시즌 직전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시즌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프로 선수들은 시즌을 통해 금전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명예' 외에는 WBC로 얻을 수 있는 게없다.
또 하나는 과연 WBC가 세계 최고의 야구대회로서 그만한 권위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한 관계자는 "WBC는 미국을 위한 대회다. 거의 대부분의 수익이 미국으로 흘러간다. 룰도 미국 마음대로 바꾼다"고 지적했다. 입장수입과 중계권료 등 수익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독식하다시피했고, 1~2회 대회 때마다 대진표와 룰 심지어는 심판 판정에서도 미국 쪽으로 유리하게 이뤄져 반발을 샀다. 세계가 아닌 미국을 위한 대회에 국가의 자산이 될 선수들까지 내세우며 목맬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WBC에 불참하려한 이유이기도 하다.
▲ 유일한 세계대회와 기회의 문
 
하지만 여전히 WBC에 대한 필요성의 목소리도 높다. 당장 한국은 WBC로 수혜를 입은 나라 중 하나다. 2006년 4강 신화 이후에도 오히려 관중이 감소하며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2009년 WBC 준우승 이후 큰 폭으로 관중이 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을 기점으로 한국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민스포츠로 입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국제대회가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야구는 베이징을 마지막으로 정식 종목 제외됐으며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시안게임 이외에 대형 야구 대회는 WBC밖에 남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말 그대로 아시아의 대회라면 WBC는 유일하게 남은 세계의 야구대회다. 온 국민의 시선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큰 대회로는 WBC 뿐이라는 점, 그것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희소성있는 대회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부여할만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상위 리그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라는 요소다. 2009년 WBC가 대표적이었다. 2009년 WBC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김태균과 이범호는 그해 시즌을 마친 뒤 거액을 받으며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WBC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결과였다. 당시 WBC 멤버였던 이대호도 지난해 일본으로 진출했다. 또 다른 멤버 류현진도 2573만달러의 최고 입찰액을 받고 한국프로야구 최초 메이저리그 직행 눈앞에 두고 있다.
2009년 WBC를 마친 후 공신력 높은 미국 '베이스볼아메리카'에서 발표한 비(非) 메이저리거 랭킹에서 상위 7명 중 무려 6명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1위 일본 다르빗슈 유, 2위 쿠바 아롤디스 채프먼, 3위 일본 이와쿠마 히사시, 5위 한국 류현진, 6위 쿠바 요에니스 세슷페데스, 7위 일본 아오키 노리치카 등이 바로 그들이다. 아직 진출 자격을 얻지 못한 4위 일본 다나카 마사히로를 비롯해 9위 김광현과 18위 윤석민은 2013년 WBC가 큰 기회다. 최고 선수들을 직접 상대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WBC는 무시할 수 없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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