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공포증이 재현되는 것일까.
일본대표팀이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서 이승엽(36·삼성)에게 잔뜩 경계심을 나타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14일 '야마모토 고지 일본대표팀 감독이 이승엽을 경계대상으로 주목했다'고 보도했다. 이승엽은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 예비 엔트리 28명에 포함됐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4년만의 대표팀 복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엔트리를 접한 야마모토 감독은 이승엽의 대표팀 복귀에 주목하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와세가 당했다"며 코치로 참가한 올림픽 준결승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8회 이승엽은 일본 최고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우측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일본을 침몰시킨 바 있다.

'닛칸스포츠'는 이승엽에 대해 '지난해를 끝으로 힘이 떨어지며 일본을 떠났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훌륭하게 부활했다. 3할 타율에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며 '큰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힘과 존재감이 건재하다. 일본에는 가장 껄끄러운 타자'라고 평가했다. 이승엽은 올해 126경기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을 기록했다.
야마모토 감독은 "이승엽 약점은 몸쪽 높은 공이다. 몸쪽을 어떻게 붙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몸쪽 공략을 이승엽과 승부에서 키포인트로 삼았다. 일본에서처럼 WBC에서도 이승엽을 향해 집요한 몸쪽 승부가 예고된다. 하지만 몸쪽 승부하다 들어오는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이승엽이 특유의 '킬러' 본능이 있어 일본은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승엽은 19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등 7개 대회 45경기에서 159타수 46안타 타율 2할8푼9리 11홈런 48타점으로 활약한 한국의 간판타자다. 국제대회 한국 최다 홈런·타점도 이승엽의 몫.
특히 일본을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외에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 8회 0-0 동점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었고, 2006년 WBC 아시아예선에서도 1-2로 뒤진 8회 이시이 히로시로부터 우측 역전 결승 투런 홈런으로 도쿄돔을 일순간에 침묵으로 만들었다.
일본에서 무려 8년을 뛴 이승엽은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았다. 일본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누구보다 잘 되어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경험과 노련미가 더해졌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일본에서는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2013 WBC는 이승엽에게 일본 야구의 응어리와 회한을 털어낼 설욕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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