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이천희 "엉성 VS 진지, 진짜 제 모습은요.."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11.14 15: 31

그를 보고 있으면 야누스가 떠오른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신, 야누스. 요즘은 한 명의 사람이 전혀 상반된 매력을 발산할때 흔히들 야누스의 이름을 거론하곤 한다.
배우 이천희가 그렇다. 그는 야누스와 같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허당끼를 보여주더니 올 가을,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스크린을 찾은 이천희는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조카도 팔 수 있는 패륜남의 모습, 그리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람 앞에서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채 잔인한 고문을 돕는 고문관의 모습. 어디서 '엉성천희'를 찾을 수 있겠는가.

지난 12일, OSEN과 만난 이천희에게 엉성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실제 본인의 성격은 어디에 가깝냐고 물었다. "저요?"라는 말과 함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는 두 모습 다 본인의 모습이란다. 그러면서도 "저 엉성하지 않아요?"라고 웃어보이는 그에게선 사람 냄새마저 났다.
"둘 다 전데요(웃음). 엉성천희도 화를 내고 욕도 하고 그래요.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가 저의 엉뚱한 모습을 극대화시킨 것이죠. 엉성천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이번 작품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이미지 변신이라기 보다는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하지만 소재가 '고문'이라면 조금은 망설여 질수도 있을 터. 고문 장면이 영화의 주를 차지하는 영화 '남영동 1985'를 이천희가 선택했던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에 이천희는 1985년이라는 세월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단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고문을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생각 보다는 '왜 내가 이 이야기를 까먹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80년대에는 시위도 많았고 암암리에 고문을 가하는 일도 되게 많았는데 왜 당연히 없는 거라고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이 든거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나아가서는 독립을 위해 운동했던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이 있는건데 그런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서 이천희가 맡았던 김계장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천희가 얼마나 그 캐릭터에 몰입해 있었던지를 몸소 깨달았다. 그는 촬영 당시 주인공 역할이었던 배우 박원상이 얄미웠다고 했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고문 상황 속에서 보통은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천희는 어찌나 역할에 빠져있었던지 주인공에게 짜증까지 난 것.
"저는 철저하게 피해자를 나쁜 놈으로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어요. '한 번 당해봐라' 이런 마음이 아니라 '빨리 불어' 이런 마음이었던 거죠. 왜냐면 김계장과 주인공 김종태의 이념은 자체가 달라요. 김계장에게 김종태는 나라에 해가 되는 인물인거죠. 그렇게 접근하니까 때릴 수도 있었고 고문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찍다 보니 박원상씨에게 짜증까지 나더라고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저 진짜 몰입해 있었네요(웃음)."
'남영동 1985'에서 주인공 김종태 역의 박원상은 성기까지 노출되는 전신노출을 감행했다. 이천희 역시 영화 속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인다. 아슬아슬했던 그 장면에 대해 물으니 영화 흐름상 필요했던 장면이기에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모니터 앞에 여성 스태프들이 유독 많았다며 농담 섞인 말을 해 한동안 말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샤워 장면 어떻게 찍으실거에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뭐 어떻게 찍어. 샤워하면 되지. 샤워할 때 옷 입고 해?'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영화는 관객분들이 김종태의 시선을 보실 텐데 누구는 물고문을 당하며 힘들어 하는데 누구는 샤워를 하고 있고. 대비가 확 나겠더라고요. 그래서 벗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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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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