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오래도록 연기하는 평생 직업인 되고파"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1.14 17: 47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배우들의 각축장이라고 불리는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극본 박상희 남선년, 연출 이용석)에서 배우 이진은 수혜자다. 지난달 ‘대풍수’가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부터 이진이 퇴장한 지난 8회분 방송까지 극중 영지 캐릭터로 분한 그녀는 ‘이진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됐다.
아이돌그룹 핑클 활동 이후 연기자로 전향한 지 10여년, 절치부심 끝에 이뤄낸 값진 결과물 같지만 정작 이진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공은 오로지 자신을 지도해준 이용석PD와 연기 스승인 윤희영에게 돌렸다. 연기할 폭이 넓은 캐릭터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겸손의 말 또한 잊지 않았다.
“소속사에서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감정신이 많은 캐릭터에 욕심도 났지만 사실 부담이 더 컸어요. 200억 원짜리 대작이고 1회부터 8회까지를 내가 중심에서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죠. 또 말도 타야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 꽤 많았는데 시간이 촉박했어요. 그러다 이용석 감독님을 만났는데 다행히 제 전작들을 좋게 봐주셔서 오히려 제게 믿음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저도 집중해서 영지 캐릭터에 파고들기 시작했죠.”

영지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캐릭터. 고려 왕족으로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적극성 등 배우들이 탐낼만한 매력적인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이는 이진 역시 다르지 않았고, 때마침 앞서 SBS ‘왕과 나’에 출연했던 사극 연기 경험이 이진에게 약이 됐다.
“이번 ‘대풍수’에서 출산신에 대한 칭찬이 많았는데 사실 ‘왕과 나’에서 정현왕후 역할을 하면서 한 차례 해 본 연기에요. 이번에 그 덕을 봤죠. 사극은 아무래도 발성뿐만 아니라 톤도 현대극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당시에 엄청 혼나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아무래도 첫 사극 출연이었고 나이도 많이 어린데다 함께 연기한 분들도 다들 선생님들이라 주눅이 많이 들어있었어요. 지금에야 알게 됐지만 당시 혼나면서 배운 사극 연기가 큰 도움이 됐어요.”
이진의 연기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매번 그녀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의 마음도 만족스러움으로 돌려놓았다. 이진은 “단 한 번도 칭찬을 해주신 적이 없어서 사실 선생님께 드라마 보시라고 말씀을 못 드렸는데 ‘이제 어디 가서 내가 너 가리킨다고 이야기해도 된다’고 하셨다”며 베시시 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진이 연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연기자들의 도움도 컸다. 조민기, 오현경 등 경력 20년차에 달하는 쟁쟁한 배우들은 극중에서 이진과 팽팽한 대립관계를 형성했지만 컷소리와 함께 “너 나 왜 째려봐”, “정말 나 미워하는 거야”와 같은 애교로 후배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 최고의 호흡을 만들었다. 이진은 “두 분 선배님 모두 촬영할 때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이 같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숙했던 ‘대풍수’ 환경은 그녀가 외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캐릭터에 녹아들며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는 장이 될 수 있었다.
“‘대풍수’의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을 얻은 걸 꼽을 수 있어요. 제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신 것 같아요. 이전까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다면 이번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이 같은 자신감은 이진에게 사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사극 정말 매력적이죠. 특히 이번 ‘대풍수’는 고려시대로 이전에 했던 ‘왕과 나’의 조선시대와는 다른데, 의상도 예뻤고 무엇보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고려 여인들의 캐릭터가 재밌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사극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여세를 몰아 차기작을 금방 선택할 법도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는 않기로 했다. 이진은 “순리대로 내게 닿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때 출연하고 싶다”며 “멀리 내다보고 있다”는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일찍 활동 하면서 많은 사랑도 받아봤고 오히려 높은 곳에 있다보면 언젠가 내려와야 한다는 걸 빨리 알아버렸죠. 그래서 정상의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건 아니에요. 지난해 ‘영광의 재인’을 하기 전까지 한 2년 정도 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자고 저절로 생각이 옮겨간 거죠. 30대에 접어든 만큼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진 것도 있어요. 시간은 가고 있고 아직 미혼이지만 엄마 역할을 하는 게 실은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오래 연기하고 싶습니다. 연기를 내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깊어지고 품이 넓어져서일까, 이진에게 한결 예뻐진 비결을 물었지만 역시나 얼굴을 붉힌다. 핑클로 데뷔해 원조 국민여동생 자리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며 예쁨 받는 게 익숙할 법도 하지만 이진은 여전히 칭찬 받는 게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배우로 다시 태어난 이진의 맨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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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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