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 대체자' 김기희의 산뜻했던 A매치 적응기패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11.14 20: 59

김기희(23, 알 사일리아)가 산뜻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최강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서 1-2로 패했다. 전반 12분 이동국(전북)이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내리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자리는 '주장' 곽태휘(울산)의 빈 자리였다. 최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붙박이 중앙 수비수 곽태휘를 18인 명단에서 과감히 제외했다. 내년 3월부터 다시 펼쳐지는 최종예선과 본선을 염두해 둔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그리고 김기희는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의 차세대 중앙 수비수 정인환(인천)과 함께 선발 출장해 중앙 수비 라인을 형성, 경험 부족을 극복하며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다만 팀이 1-2로 역전패 하면서 빛이 바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초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와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넘나들던 김영권(광저우)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영권이 좌측 풀백으로 나섰고, 남은 경쟁자인 황석호와 경쟁에서 이겨내며 먼저 그라운드를 밟는 기회를 잡았다.
김기희는 전반 초반부터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답게 강력한 대인마크를 앞세워 호주 공격진을 틀어막았다. 특히 187cm에서 나오는 제공권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수 차례 공중볼을 따냈다.
상대의 역습 시 빠른 위치 선정과 커버 플레이도 돋보였다. 파트너 정인환이 다소 앞선에 위치하던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빈 자리를 메워 상대의 예봉을 꺾었다. 또 상대 공격수보다 빠른 위치 선정으로 공을 차단해 흐름을 틀어막았다.
전반전의 빼어난 활약 덕분에 김기희는 후반에도 기회를 움켜잡았다. 검증된 자원 정인환과 김영권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빠지자 그 자리를 황석호와 최재수(수원)가 꿰찼다.
김기희는 후반전에 새 짝인 황석호와 함께 중앙 수비를 형성, 전반전과 같이 변함 없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다. 후반전 41분에는 결정적인 태클로 상대 슈팅을 막아내며 실점 위기를 막아내기도 했다.
김기희는 지난 2012 런던올림픽 일본과 3-4위전서 후반 막판 극적으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왼쪽 발목에 부상을 입은 황석호를 대신해 이란행 비행기에 오르며 첫 A대표팀 승선의 기쁨도 누렸다. 비록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이란 원정은 김기희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간 '행운의 사나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으며 가진 실력에 비해 저평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김기희는 이날 자신이 가진 기량을 오롯이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보였다.
화성은 김기희가 지난 6월 올림픽 대표팀의 시리아와 평가전서 2골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던 기분 좋은 장소다. 그 영광의 장소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기희의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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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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