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카카' 황진성(28, 포항)과 '젊은 피' 이승기(24, 광주)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이동국이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연달아 2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지난 2000년 10월 7일 이후 호주전 무패행진이 4경기서 중단됐다.
여러 포지션에 걸쳐 시험무대에 오른 호주전이었다. '주장' 곽태휘(울산)의 빈 자리와 좌우측 풀백 등이 가장 관심을 모았지만 좌우 측면과 처진 스트라이커에 대한 고민도 적잖았다.

그간 A대표팀에서 좌우측면과 처진 스트라이커의 자리는 걱정이 없는 곳이였다. 박지성의 은퇴로 인한 왼 측면은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우측면은 이청용(볼튼)이 부동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었기 때문. 또 당초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맡았던 최전방 밑의 자리도 한국의 강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부상과 출전 시간 부족으로 이 모든 것이 틀어졌다. 김보경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 진출한 뒤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며 표류했고, 이청용은 정강이 뼈 골절 부상에 이은 주전 경쟁 실패, 구자철은 발목 인대 부상으로 홍역을 치렀다.
고심하던 최 감독은 이날 이승기를 김보경의 자리인 왼 측면에, 황진성을 하대성(서울)보다 조금 앞선 사실상 처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위치에 배치시켰다. 그리고 이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승기는 이날 좌우 측면, 중앙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12분에는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든 뒤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이동국의 선제골을 도왔다.
이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우측면의 이근호(울산)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호주의 수비진을 혼란케 했다. 빠른 주력, 화려한 개인기, 날카로운 침투에 정확한 크로스까지 측면 공격수로서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였다.
잠비아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황진성도 전반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후반에는 좌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며 멀티 플레이어로서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전반엔 중앙에서 볼을 배급함과 동시에 공격 시 날카로운 스루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세트 피스시에는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호주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간 둘은 A대표팀서 나란히 기회를 잡지 못하던 자원이었다. 이승기는 지난 10월 이란 원정길에도 올랐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황진성은 K리그서 뛰어난 활약에도 1차례 평가전을 제외하고는 A대표팀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호주전을 통해 자신들의 기량을 증명하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이 날려보냈다. 최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dolyng@osen.co.kr
황진성-이승기 / 화성=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